'공무원 선거 개입'혐의 현재 대법 '공동조'서 사건 검토 중
공무원 선거개입 혐의 사건 대법원 상고심 판결 시한(대법원 예규)이 오는 12일로 다가오면서 이 기한내 심리가 끝날지, 또 판결이 이뤄진다면 어떤 결론이 나올지 도민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은 김태환 지사와 공무원 등 9명의 피고인들은 이미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대법원 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현재 공동조(共同組)에 넘겨 사건을 검토토록 하고 있다. 2부의 심리에 앞서 재판연구관들로 구성된 공동조에 넘겨 2심에서 적용한 법리를 검토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역시 이 사건의 쟁점은 1, 2심의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것인지, 법리 적용의 문제를 들어 부분 파기 또는 전부 파기될 것인지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지사에게 적용한 1, 2심의 공동정범 부분을 어떻게 해석할까 하는 것도 큰 관심 사안이다.
물론 대법원 2부가 2심 판결이 적정하다는 법리 해석을 하게 되면 2심대로 유죄 확정 판결이 나게 된다. 그러나 공동조가 2심의 법리 적용에 문제가 있다는 검토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재판부가 이런 취지의 법리 해석을 할 경우 이 사건은 파기 또는 부분 파기돼 2심에서 재심리하거나 무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이 사건 피고인과 변호인, 검찰, 그리고 도민들이 긴장 속에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 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선, 변호인 측은 대법원 2부가 이 사건 검토를 전속조가 아닌 공동조에 넘긴 점을 들어 ‘판례 변경’이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에는 사건의 심리와 재판에 관한 자료를 조사 연구하는 재판연구관들이 있다. 재판연구관은 주로 고법판사로 구성되며, 특정의 대법관에 전속돼 그의 업무만을 보좌하는 연구관과 대법관 전원의 업무를 공동으로 보좌하는 연구관이 있다. 전자를 전속조라 하고, 후자를 공동조라고 한다.
전속조는 대법관마다 전속 배치된 조이고, 공동조는 대법관 전체를 보좌한다. 따라서 사건이 전속조에서 검토된다는 것은 사실상 2심 판결의 수용을 의미하는 것이고, 공동조에서 검토한다는 것은 사건을 심도있게 검토해 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만약 공동조가 ‘김 지사 사건 2심 판결 검토보고서’를 통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할 경우 재판부는 이를 더 심도있게 심리하게 된다. 특히 가장 큰 쟁점인 압수수색 과정에 문제가 있어 판례 변경 여부를 심리하려 할 경우 사건은 전원합의체로 넘어갈 수도 있다.
뿐만아니라 ‘후보자는 공동정범(두 사람 이상의 공동 범죄)이 될 수 없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김 지사의 혐의는 훨씬 가벼워지게 된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영장주의에 위반해 압수한 증거물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압수절차가 위법이라 하더라도 물건 자체의 성질.형상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므로 그 형상 등에 관한 증거가치에는 변함이 없다는 판례, 즉 형상변경불변론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이 사건이 공동조에서 검토되는 것과 내년 1월1일부터 개정, 시행되는 위법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연계시켜 보려는 입장이다. 물론 개정 형사소송법상 이 사건이 소급 적용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파격적인 대법원의 판단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이다. 특히 대법원이 올해 초 기존의 판례 중 형상변경불변론을 변경검토 1순위에 올린 점을 들어 변경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
반면에 검찰 측은 만에 하나 이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간다고 하더라도 압수수색의 하자 부분보다 형상변경불변론이 더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요 사건이어서 보다 더 신중히 검토하자는 뜻일 뿐,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편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선거사건의 경우 대법원 판결 기간은 고법 판결 후 3개월 이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전속조보다 검토기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공동조에 넘겨진 상태여서 판결 기일이 지켜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일반 사건처럼 장기간 소요되지는 않겠지만, 오는 12일이 판결 예정일이라면 1~2주 또는 3주 이상 늦어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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