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마트 大豊
요즘 할인마트 대풍이다. 이른바 마트 춘추전국시대다.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다. 값싼 품목을 가까운 곳에서 비교해 살 수 있으니 말이다. 마트를 개설한 사람은 다 자로 재고 손익분기점 등을 계산했을 터다. 지금 너도나도 마트 풍년시대가 열린 것은 다 여기에 근거한 것이다. 제일 먼저 들어선 이마트는 제주점, 신제주점, 서귀포점 등 3곳이다. 삼성홈플러스는 서귀포에 있다. 때문일까 바로 앞에 있던 토종업체인 킹마트 서귀포점이 나가 떨어졌다. 이제 롯데마트가 8월중 들어선다. 그렇게 되면 대형할인마트는 5곳. 56만 인구대비 1곳당 11만2000명에 불과하다. “최소단위 20만명~30만명당 1곳이 적당하다는 대형마트가 제주지역만 5곳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 아니냐는 한 상인의 얘기다. 농협하나로마트는 어떤가. 지역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총 41개소다. 제주농협은 올해 200평 이상 4개소를 비롯 2008년 2개소, 2009년 1개소 등 7곳 더 늘리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200평 이상 매장은 2009년까지 총 16개소로 늘어나게 된다. 농협의 이같은 계획은 대형 유통업체 제주 출점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 판매처인 하나로마트도 생존 전략차원에서 규모화, 현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래저래 제주지역 할인마트는 저마다 이유와 명분을 내걸고 늘어만 가고 있다. 여기에 월마트, 우리마트, 킹마트, LG25, 훼미리마트는 물론 최근 시민마트, 제주인마트 등 별별 마트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풍년 터부
옛 사자성어에 악몽길조(惡夢吉兆)가 있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예견을 통해 조짐(前兆)이 나쁘면 좋은 일이, 조짐이 좋으면 나쁜 미래가 약속된다는 상반사고(相反思考)를 바탕으로 이뤄진 대구다. 이는 우리민족의 독특한 사고방식으로 내려오고 있다. 지금부터 오랜 시간이 아니다. 이를테면 몸에 오물이 묻거나 피가 나면 재물이 생길 길몽이다. 반면 비닷 옷을 입으면 상(喪) 입을 흉몽이다. 부부가 싸움하는 꿈은 화목을 예견한 길몽이고 부부가 향응을 받는 꿈은 이혼할 흉몽이라고 했다. 이 것만인가. 첫 아기 낳는 진통의 산실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면 문밖에 시어머니가 묻는다. “고추냐 보리냐”고. 이 때 며느리는 ‘고추’일 경우 낭랑한 목소리로 ‘보리’라고 대꾸한다. 반면 ‘보리’일 경우 ‘고추’라고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는 좋은 일에는 악령이 붙게 마련이라고 인식, 아들과 딸을 상반되게 대꾸함으로써 호사다마(好事多魔)를 예방한 것이다. 지금 마트 풍년시대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 사고대로라면 조짐이 좋지 않다. 작은 지역에 몇 안 되는 인구를 대상으로 너도나도 마트가 생기니 풍년이다. 풍년을 다르게 표현하면 보름달이다. 보름달은 그믐을 예견한다. 기울기의 시초다. 골목상권 공멸(共滅)의 전조라면 비약일까. 분명한 것은 “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만고진리다. 마트 대풍시대, 우리는 무엇을 터부시하고 무엇을 대비해야 할 것인가.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고’ 식의 아닌 ‘상생’의 조화가 필요한 때다. 지금 마트 풍년시대에 걸어보는 터부가 꼭 나쁜 조짐만이 아닌 ‘가늠의 시대’로 승화될 수 있으면 한다.
기형상권 예방책 필요
자본주의에서 마트 개설, 규모화·현대화를 놓고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생존전략이다. 생존전략의 밑바탕은 자본주의 근간인 ‘돈(錢)’이다. 이 돈을 놓고 벌이는 전쟁이 지금 골목상권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마다 대의 명분을 깔고 있다. 생존전략을 위한 명분싸움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치이면 죽게 마련이다. 죽지 않으려면 또 다른 명분이 필요하다. 그것이 대중, 이른바 불특정다수인에게 호응을 얻으면 산다. 동정은 순간이다. 이는 자생력 약화를 가져올 뿐이다. 누군가 그랬다. ‘코끼리 몸에 닭다리’. ‘용머리 뱀통’이라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큰 덩치의 대형마트가 닭다리를 하고 있다면 견뎌내겠는가. 이는 이미 전조가 보이고 있다. 또 겉모습과 이름만 바꾼 채 과거에 안주하려는 골목상권 역시 지금대로라면 결과는 불문가지다. 멀지 않은 곳에 꽈리를 틀고 앉아 있는 기형의 제주상권. 이 싹을 자르는 일, 우리 모두의 기지에 달려 있다.
김 용 덕
편집부국장 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