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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전형 시인이 6번째 시집 ‘도두봉 달꽃’을 펴냈다. 시인 양전형씨는 “봄들판 마파람에 바짝 엎디어/ 날마다 감치는 그대 생각/ 가슴이 아리겠다 눈이 고프겠다/ 그러나 그립다 하지 마라/ 그립다는 말은 하느게 아니다/ 먼 하늘 보며/ 꽃몸 하나에 생각 한 송이/ 민얼굴로 피어 있으면 그리움이다”라며 그리움을 시집 한권으로 표현했다. 양전형씨 시의 원형적 상징은 ‘가족’이다. 특히 어머니와 아내는 시적 감성의 뿌리다. 작가는 저승의 어머니를 실존자로 재생해 그리워하고, 아내에 대한 죄의식을 털어내려는 성찰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새끼인 나는 그 아픔을/ 어머니 가시고 난 후에야 알게 된 터라/ 온몸에 바늘로 박힌 가시가 너무 아파/ 엉겅퀴 앞에 한참 울었습니다/(‘엉컹퀴’ 부분) 작가는 저승의 어머니를 나직이 불러본다. 어머니에 대한 시들은 육화된 그의 음성이며 구원의 비상구이다. 이 비상구를 열어주는 이가 바로 ‘아내’이다. 섣달그믐께 눈 펼펼 내리자/ 가슴 열며, 날개 편 학의 형상으로/ 꽃잎들을 활짝 벌리는 게 아닌가/ 내 눈 내 손이 죄 많음을 알았는지/ 내가 보듬을 때는 심드렁하더니만/ 아내의 술 한 잔에/ 훌렁훌렁/ 순정을 다 바쳤네 (‘아내의 난초’ 부분) 자신에게 무한히 주기만 하는 아내의 사랑과 포용을 그리고 있다. 자신을 달래며 품어주는 아내의 존재를 통해 새로 탄생하는 자아를 꿈꾸고 있다. 특히 꽃을 통해 한 곳에 붙박힌 채 자신을 피워내는 것으로 자신의 실존을 담아 냈다. 그가 살면서 느껴온 사랑, 이별, 고통 같은 원형질에서 벗어나 꽃 같은 삶을 영위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다. 제주시 오라동 출신인 그는 1996년 시집 ‘사랑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돌이다’ ‘길에 사는 민들레’ ‘하늘레기’ 등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