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 당근 무엇이 문제인가
제주산 당근 무엇이 문제인가
  • 김용덕
  • 승인 2007.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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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이랑재배 전환 시급…수확기 확보도 관건

전국 당근 생산량의 73~82%를 차지하는 제주산 당근이 중국산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중도매인 등 상인들까지 나서 당근 상장품목을 비상장으로 전환시켜 줄 것을 서울농수산물공사에 건의, 사면초가에 놓였다.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농가에 있다.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자구노력을 전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관행적인 산파(散播) 파종, 가격 상승시 밭떼기거래 성행, 농협 계통출하 외면, 처리난 발생시 산지폐기 등 행정에 책임을 전가하는 낡은 사고, 비상품 출하 등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수두룩이다.


관행적 산파파종 탈피 시급

제주당근의 주산지는 구좌지역이다. 구좌를 중심으로 성산과 김녕 등지에서 생산되는 당근이 국내 생산량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 경남, 강원, 충남 등 국내 주요 당근 생산지의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줄고 있다. 고품질의 중국산 당근 수입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당근 재배면적은 1995년 15만8000ha에서 2005년 46만3000ha로 3배 증가했다. 생산량도 365만3000t에서 83만2000t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05년 기준 국내 재배면적과 생산량 대비 각각 152배, 71배 증가했다.

우리나라 당근 재배면적은 1995년 5890ha에서 2005년 3178ha로 46% 감소했다. 생산량은 15만9000t에서 12만1000t으로 24% 줄었다. 2000년부터 중국산 고품질의 당근 수입이 크게 늘면서 국내 재배면적은 해마다 6% 정도 줄고 있다.

제주 당근 재배면적은 1995년 2799ha에서 2005년 2122ha로 24% 감소했다. 생산량은 10만2000t에서 9만3000t으로 9% 줄었다. 2005년 기준 제주 당근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전국 대비 각 67%, 7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고품질 당근 생산이유는 기계파종을 이용한 이랑재배정착으로 상품 생산비율 95% 이상이다.

중국의 경우 수광지역에서 수출용 당근이 재배되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상품은 한국과 일본 등지로 수출된다. 저급품은 내수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제주는 90% 이상 손으로 씨를 뿌리는 산파 파종으로 기형당근 발생이 높고 상품율은 60~70%선에 그치고 있다.

도, 30대 파종기 구입 보조

제주산 당근의 경쟁력 우위확보의 전제조건은 기계파종을 이용한 이랑재배 정착이다.

이를 위해선 파종기 보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인하 제주당근협의회장(구좌농협조합장)은 “올해 제주도에서 파종기 30대 구입에 따른 대당 구입가격의 70%를 보조키로 했다”면서 “앞으로 20대를 더 추가 확보하기 위해 이의 보조를 제주도에 요청, 해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지역 당근농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건비 등 경영비”라고 전제 “이를 줄이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면서 “산지 농가의 고령화 등으로 당근 수확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종기계 보급 뿐 아니라 수확기계를 농가에 보급하게 되면 인력 및 농가 경영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종기 및 수확기계 확보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얘기다.

中, 완벽한 세척 철저한 선별

중국당근의 경쟁력은 완벽한 세척과 철저한 선별에 있다.

농협제주본부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수확된 흙당근은 포장에서 1차 선별후 20kg 백색 비닐포장을 이용, 수집해 이른 바 ‘속박이’가 불가능하게 이뤄졌다. 선별된 흙당근은 세척만 가능토록 별도 설치된 롤러식 반자동세척기를 활용, 당근 외형이 매끈하다. 세척된 당근은 세척기에서 별도의 인력이 배치된 선별대로 운반, 저급품으로 구분된 당근이 아까울 정도로 철저하게 선별한다.

품질이 좋은 수출용은 10kg 박스에 저급품은 내수용으로 20kg 단위의 백색비닐포장에 담겨진다. 일본 수출은 3단계, 한국 수출용은 4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농협제주본부 유통총괄팀 전용직 차장은 “지난 5월 중국 당든 산지를 견학한 결과 세척당근 형태의 유통형태 정착으로 흙당근 유통은 없다”면서 “한국으로의 당근 수출은 한국내 당근가격 등락에 관계없이 일정물량이 지속적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 수입물량 증가 전망

현재 당근 수입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1995년 이전에는 상품성 저하로 중국산 당근 수입실적이 미미했다. 그러나 2001년 일본산 종자를 도입하면서부터 수입물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산 당근 수입량은 7만8990t으로 2001년 1만3007t 대비 6배 늘었다.

특히 당근 기본관세는 30%로 세척만 하면 수입이 가능한 자유교역품목이다. 때문에 수입이 용이하다. 당근은 기본관세를 적용받는 품목으로 현재까지 국내 가격의 등락과 관계없이 일정물량 수입되고 있다. 그러나 한중FTA협상 등 관세감축이 이뤄질 경우 중국산 당근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제고, 현재보다 수입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중국산 당근의 국내수입원가는 kg당 550원 수준. 수입자 이윤 및 국내 유통비용을 감안할 경우 판매가는 kg당 650원이다.

부인하 조합장은 “최근 수입당근 실거래가격을 조사한 결과 수입업자들이 국내시장 점유비를 확대하기 우해 수입원가 이하로 판매,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당근 적정소비량은 약 16만t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산은 12만t~13만t 수준에서 감소추세에 있다. 반면 중국산 수입량은 2003년부터 급증, 연 7만t이 들어오고 있다. 올해 중국산 수입량은 2006년보다 5~10% 증가한 8만5000t 내외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제주산 당근 생산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내 소비량의 절반 가까운 양이다.

부인하 조합장은 “중국산 당근의 경우 국내 가격동향과는 상관없이 연중 무차별 수입되면서 국내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 의식개혁 시급

제주산 당근의 문제점은 대부분 산파파종에 있다. 이를 기계파종으로 전환하는 게 가장 급선무다. 또 관행적인 산지 밭떼기거래가 성행, 농가소득이 불안정한 상태다. 특히 과잉생산에 따른 처리난 발생시 자구노력보다 산지폐기 등 일시적 지원조치에 크게 의존, 자생력이 약한 실정이다.

흙당근 출하시 선별기준을 이행하지 않거나 속박이 포장에 따른 제주산 당근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 가운데 하나다.

특히 산지수집상 등 출하처 난립에 따른 시장출하물량 조절 불가로 시장가격 지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또 관행적 20kg 박스 끈묶음 포장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파종방법 개선 △품종개발 연구 등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 △농협 계통출하 확대 △세척시설 확대 △비상품 당근 출하 및 유통 근절 등 철저한 선별-맞춤형 출하 △주기적인 소비지 홍보 등이 요구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당근 생산지 및 산지수집상과 출하협의회 등과 연계한 제주산 당근 출하에 따른 단일 창구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출하물량 조절에 따른 도매시장 관계자와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 시장관계자의 일방적 가격결정 등에 따른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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