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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행정계층구조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위해 주민 투표에 의해 개편된 현행 ‘단일 광역 행정체제’가 1년도 안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행정계층구조 개편 과정에 나타났던 지역간 갈등구조가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았고 현행 체제에 대한 부작용이 계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행 단일 광역 행정체제는 기형적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인 기초단체와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도 산하에 도지사 임명의 두 개의 행정시를 둔 자체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 구조다. 이 때문에 대주민 행정기능이 약화되고 자치 단체가 아닌 행정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의 정체성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주민자치의 전위조직이라 할 수 있는 읍면동의 자치기능이 강화된 것도 아니다. 되레 기초자치 단체가 기능 할 때보다도 행정의 대 주민 접근성이 약화되고 이로 인해 행정 서비스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 주민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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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지역주민들의 불편과 현행 행정구조에 대한 불만은 전문가 그룹의 토론회에서도 여과 없이 제기 됐다. 19일 제주도와 제주발전 연구원 공동으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조직 운용 방향 모색을 위한 전문가 초청 포럼’에서다. 이날 주제 발표자들은 “현행 행정시는 자치도 출범에 따른 시군 통합의 과도기적 기구”라고 전제, “향후 행정시는 조직과 기능을 일선 읍면동으로 모두 이관한 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도-행정시-읍겦?동의 2단계 행정구조를 도에서 읍겦?동으로 직접 연결하는 구조로 단일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행정시의 낭비구조를 타파 할 수 있고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 시켜 대주민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행정시 자치권 부활 등 기초단체와 기초의회를 부활해야 한다는 일각의 문제제기에 대해 발제자들은 부활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과 혼란, 행정의 안전성이나 신뢰성을 저하 시킬 수 있다고 부정적 견해를 내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의 제주특별자치도 조직 운용과 관련한 전문가 포럼에서 제기된 행정시 존폐 문제는 심도 있는 접근을 통해 도민적 의제로 토론하고 하루 빨리 방향을 잡아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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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기 전부터 우리는 본란을 통해 끈질기게 지속적으로 ‘시군 통폐합’ 등 기초단체를 없애는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반대해 왔다. 기초단체를 없애려는 것은 가까스로 정착되고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주민자치권을 짓밟고 지역주민의 참정권 등을 빼앗는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초단체를 두고도 제주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주민투표에 의해 단일 광역조직으로 행정계층구조가 개편 된 후에도 기형적 행정시를 두지 말고 도와 읍면동 체제로 행정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지만 역부족 이었다. 그런데 이번 제주특별자치도 조직 운용과 관련 한 전문가 포럼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다시 제기한 것은 관련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튼 것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기초자치 단체를 되살릴 수 있다면 최선이지만 그것이 현실적 물리적으로 무리라면 행정시를 폐지하고 도와 읍면동 단일 구조는 당장 모색해 볼 의제나 다름없다. 포럼에서 제기 했듯이 차제에 2~3개 읍겦?동을 묶는 광역 읍면동 체제도 연구해 볼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