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14일 김태환 지사가 강정지역을 해군기지건설대상지로 동의결정 함으로써 정부차원에서 국책사업으로 확정된 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동의결정은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법상 행정행위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행정소송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동의결정은 취소, 무효, 철회할 수 없다고 본다.
주민투표도 제주도와 행자부가 하고 싶어도 국방부가 요구하지 않는 한 지방자치법상 할 수 없고 확정되었기 때문에 할 수도 없다.
그런데 강정지역주민, 대책위원회, 정당, 시민사회단체, 종교계가 찬반성명을 발표하고 원천무효, 주민표실시를 주장하고 있으며 평화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제기됨에 따라 민노당과 종교계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면서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모든 사물(事物)에는 명암(明暗)이 있는 것과 같이 모든 정책과 사업은 보는 시각에 따라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완벽한 의견일치는 있을 수 없다.
어느 시대 어느 자치단체든 간에 찬반논쟁이 있기 마련이다.
해군기지는 관점에 따라 평화파괴, 환경훼손, 재산권침해 등의 단점을 주장할 수 있고 반대로 평화수호, 지역 경제회복, 개발촉진 등의 장점을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정세를 예측할 수 없는 현시점에서 어느 한쪽을 소리 높여 강조하느냐에 따라 도민들은 부정적 또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어 수년간 논쟁해도 도민합의는 도출될 수 없다고 본다.
합의를 도출할 수 없는 팽팽한 상태에서 선거를 통해 법적권한과 최종적인 책임을 부여받은 자치단체장이 여론조사를 감안하여 행정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해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각오로 자기책임 하에 정치생명을 걸고 동의결정을 한 것은 독주가 아니라 제주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권한행사라고 본다.
과거 경부고속도로 건설당시 최종적인 책임을 질 수 없는 정치인, 교수, 시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대했으나 대통령은 자기책임 하에 신속하게 착공결정을 하였다.
이는 개발독재가 아니라 경제개발을 위한 앞을 내다본 지도자의 고유권한행사로서 그 결과는 오늘날 역사의 심판을 받고 있다.
기지건설계획을 확정한 이상 제주도와 정부는 그동안 찬반양측이 주장한 문제에 대하여 세부계획수립과 건설과정에서 변경, 수정, 보완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타국(他國)이 인정하는 항구적인 평화확보를 위해 유엔시설유치, 4,3 및 유네스코등재관련 국제인증의 세계평화의섬 지정 등을 추진해야 한다.
특별법 등 현행법을 적용해서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철저한 통합영향평가를 통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7월1일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호는 의료시장개방, 2단계제도개선국회통과, 유네스코등재결정, 한미FTA협상보완 등 산적한 과제를 적재(積載)하고 무겁게 항해하고 있다.
도의회, 정당,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대책위원회는 과정에서부터 집행결과까지 최종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의욕을 갖고 도정을 견제한다면 행정의 투명성확보와 시행착오예방을 위해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직자들은 지나친 행정의 민주화로 전문행정경험을 활용할 수 없고 소신 있는 책임행정을 할 수 없다.
행정과정에 대한 지나친 견제는 행정의 능률성과 자율성에 대한 견제가 되며 이는 곧 국내외투자가들에게 까다롭다는 인상을 주게 되어 민자투자기피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그만큼 제주발전이 지연된다.
과거 어려운 시기에 조국근대화에 앞장서서 북한보다 잘 살게 만든 공직자를 한번 믿고 최대한의 행정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주어야 하며 집행기관인 도당국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제주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도의회를 비롯한 모든 단체와 정당을 믿고 존중하고 협의하는 상호보완적인 협력관계를 회복시킴으로써 해군기지논쟁에 하루속히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이다.
박 찬 식
전 제주도행정부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