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하고 소름끼치는 독설 난무
“입은 적을 만들고 귀는 친구를 만든다”고 했다. 내 말은 조심하고 상대의 말은 경청하라는 경구다. 잡초도 꽃이라 부르면 격과 향이 달라진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품격과 뿜어내는 향이 다르다. “아”다르고 “어”다르다. 몽둥이를 지팡이라 부르면 품위와 느낌이 달라지는 이치와 같다. 그런데 정치권을 돌아다니는 말들은 품격을 잃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요즘은 더욱 그렇다. 품격은 고사하고 너무 살벌하다. 독기를 뿜어내는 자극적 막말들이 춤을 추고 있다. 하기야 대통령까지 헌법을 능멸하고 신성한 국방 의무의 보루인 군대를 “썩는 곳”으로 조롱하며 패대기치는 세태이니 누구를 탓할까마는 해도 너무 한다. ‘발악’ ‘정신이상’ ‘소나무 재선충 같은 암적 존재’ ‘저승사자’ 등등 최근 정치권에서 흘러 다녔던 말들이다.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독설이다. 어떻게 이렇게 저열하고 살똥스러운 말들이 입만 열면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고 점잔을 피는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겠는가.
패거리로 제 욕심 채우기 급급
정치인의 말은 시대정신과 정치품격의 바로미터다. 이로 미뤄 우리는 지금 광기와 독기와 야만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정치는 너무 역겹고 저급하여 하수구와 진흙탕 수준이다. 남을 인정하고 함께 가는 정치가 아니다. 게거품 물어 남을 짓밟고 패거리 지어 살쾡이처럼 상대를 물어뜯기에 여념 없다. 이것이 오늘의 정치상황이다. 그래서 백성들이 느끼는 바 정치인의 입은 더럽고 고약하다. 쓸개 같은 자존심도 없다고 여긴다. 그래서 정치인과 관련한 ‘블랙유머’는 듣기 거북하지만 일정 부분 수긍이 간다. ‘식인종 식당의 메뉴에는 여러 종류 음식이 많다. 그중 정치인 메뉴는 다른 것보다 10배나 비싸다. 정치인은 너무 더러워서 씻어내기가 열 배 이상 손 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쓸개 없는 쓸개 탕도 있다. 정치인에게는 아예 쓸개가 없기 때문이다. 입 없는 생선요리도 나온다. 식당주인이 말하길 “정치인의 주둥이는 워낙 더럽고 냄새가 지독해서 아예 잘라 버렸다”는 것이다.’ 엽기적이기는 하지만 이는 막말 정치 꾼 들에게 보내는 옐로카드나 다름없다.
유머로 눙치는 지혜라도 있다면
풍화되지 않는 정치인의 말은 다른 나라에서도 왕왕 설화(舌禍)를 낳는다. 영국의회도 ‘멍청이’ ‘비겁한 녀석’ ‘거짓말 장이’ 등 의원들이 회의석상에서 써서는 아니 되는 표현을 정해놓는다고 한다. 오죽해야 의원의 금기어(禁忌語)까지 등장했겠는가. 그러나 그들의 막말 수준은 한국 정치인의 그것에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한국 정치인들이 ‘인격살인’ 수준이라면 그들은 ‘어린애 욕설’ 정도다. 그것도 유머를 동원하여 상대를 눙치는 익살이 있다. 벤자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가 1874년 영국 수상으로 내각을 이끌 때다. 야당인 휘그당 의원이 수상의 출신을 물고 늘어지며 “당신은 수의사가 아니냐”고 거칠게 깎아 내렸다. 벤자민은 빙그레 웃으며 “예 저는 수의사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어디 아프다면 제가 기꺼이 고쳐드리죠”. 순간 의사당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고 거칠게 몰아붙였던 야당의원은 순식간에 ‘병든 짐승 꼴’이 되고 말았다. 정치인의 유머가 얼마나 정치를 즐겁게 하고 품격을 높여주는 지를 느끼게 하는 일화다. 막말 정치로 서로를 할퀴는 우리 정치권이 되새겨 볼만한 이야기다.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