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재래시장의 몸부림
[세평시평] 재래시장의 몸부림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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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라는 글자는 손(手)에 창(戈)을 든 모습으로 되어있다.

이룬다(成)는 의미는 力+戈의 합성어로 창(戈)을 들고 열심히 노력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난 1일 체인본부협의회의 이름으로 재래시장 상인들이 뭉치고 쓰러져가는 골목상권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결의를 다졌다.

그들은 열악한 매장환경과 유통구조의 취약점 및 자본력의 부족 등으로 대형마트의 시장잠식에 속수무책이었다.

대형마트는 광활한 매장면적을 갖추고 각종 편의시설은 물론 다양한 상품을 한 곳에 모아 원스톱 쇼핑을 가능하게 하였고, 유통라인을 최대한 축소하여 구입원가를 낮추어 소비자의 요구와 기호에 부응하고 있다.

시장의 쟁탈전은 한 쪽은 대포로 무장했고 다른 한쪽은 소총을 가졌거나 맨주먹이기에 싸움의 결과는 질게 뻔한 노릇이다.

공룡(대형마트)이 제주섬에 상륙한 지난 5년 새 500여개의 재래시장 점포가 거대한 발자국에 눌려 질식사 해 버렸다.

대형매장에 빨려든 자금은 지역경제에 재투자 되지 못하고 역외유출이 심화되어 지역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피지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재래시장이 장점을 최대한 살린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법을 구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형마트에는 라벨에 표시되어있는 가격표대로 계산하도록 되어있어 쇼핑할 때 흥정하거나 담소를 나눌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민속오일장의 모습이 얼마나 정겨운가. 물건 값을 깎아달라고 때를 쓰는 살림꾼 아낙네의 모습도 보이고, 덤으로 얹어주는 푸근한 인심도 그 곳에서는 볼 수 있다.

시장 한 켠 할머니장터에는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집 뜰에서 정성껏 가꾼 무공해 채소를 보면서 발 거름을 멈추고 부조로 사드리기도 한다. 재래시장만이 풍기는 고향의 맛이 넘쳐난다.

투박한 사투리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나는 순대 안주에 막걸리 잔을 받아들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펼치는 삶의 현장은 정겹기만 하다. 재래시장에는 상품만 파는 게 아니라 인정을 사고파는 아름다움이 있다.

재래시장이 살아나야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더불어 지역민심이 살아나기 때문에 훈훈한 제주인의 정서회복을 위해서라도 재래시장활성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되겠다.

그 동안 관계당국의 노력에 힘입어 재래시장 시설의 현대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본다. 이제는 외면했던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찾을 수 있게 모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관덕정과 목관아지를 거쳐 산지천에 이르기까지 구간에 상설 이벤트행사장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이벤트 행사를 개최하여 도민과 관광객의 어울림 마당을 만들자.

제주의 인심과 더불어 제주문화와 민속을 알리는 신명나는 한마당 축제를 벌이자.

내도 관광객에게도 저마다의 특색 있는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여 세계의 중심인 제주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면 구 도심권도 살아나고 재래시장에도 사람들이 북적거릴 것이다.

삼거리(놀거리,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하고 인심 좋은 물에 왜 사람들이 몰리지 않겠는가.

가족끼리 연인끼리 동료끼리 문화체험과 쇼핑을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명소를 만들자는 것이다.

또한 재래시장을 찾은 사람들을 실망케 않으려면 취급상품이 신뢰성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예컨대 제주산으로 믿고 샀는데 중국산이었다면 고객은 다시는 그 매장을 찾지 않게 된다.

흔히들 21세기는 브랜드시대라고 한다.

값이 싸더라도 원하지 않으면 사지 않고 좀 비싸더라도 가치가 높으면 구매하기 마련이다.

브랜드가치를 올리고 제값을 받아내기 위해선 재래시장 상인의 단합으로 짝퉁제품은 몰아내야 한다.

이 밖에 소비성향의 고급화에 대비하여 상품의 포장기술 혁신과 보완재끼리 끼워 팔기 등 판매방법의 변화도 모색해야 되리라고 본다.

 체인본부협의회에서 재래시장활성화 차원에서 제주 특유의 소재를 활용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브랜드화 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매우 고무적인 일로 여겨진다.

관계당국의 적극적 협조로 제주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많은 제품들이 탄생 되도록 행·재정적으로 뒷받침 해 줄 것을 촉구한다.

강  선  종
기획실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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