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실버, 열정은 20대"
"나이는 실버, 열정은 20대"
  • 한경훈
  • 승인 2007.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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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리실버합창단 2일 창단 기념공연

“내일 공연인데 소리가 이러면 되겠어요?”

1일 서귀포노인복지회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서귀포시 칠십리실버합창단(단장 허춘자)의 창단 5주년 기념공연 마무리 연습이 한창인 가운데 공연의 지휘를 맡은 강길화(76) 할머니가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날카롭다.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리허설에 열중하는 50여 명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은 과거 교내 합창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하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인생 황혼기에 한데 모여 노래 한 소절에 한숨 날리고, 또 한 소절에 웃음 실어온 지 5년. 때문인지 단원 간 호흡이 척척 맞는 것은 물론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단장을 맡고 있는 허춘자(74)) 할머니는 “같이 노래하고 싶다는 사람들이야 많지만 과정이 엄격해. 먼저 오디션 통과해야지, 초급과정 거쳐야지, 무대에 오르려면 최소 1년은 연습해야 된다”며 실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은근히 자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들의 노랫소리는 ‘실버’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고왔다. 특히 ‘향수’와 ‘나뭇잎 배’를 합창하며 중간에 솔로로 나서는 송인아(73)ㆍ김도자(71) 할머니는 여느 성악가 못지않은 실력을 뽐냈다.

이들이 이처럼 노래에 흠뻑 빠진 이유는 무엇보다 힘겨웠던 지난 세월에 감춰둘 수밖에 없었던 소년ㆍ소녀 시절의 소중한 꿈들을 피워내기 위한 것. 부수적으로 건강관리에도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심장병을 앓았던 오옥순(73) 할머니는 “합창단 활동 덕분에 건강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정기 연주회 당일 날 사고로 어깨를 다쳤지만 무대에 올라 한 손으로 올라 지휘를 했던 강길화 할머니의 일화는 이들이 노래에 대한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열정 때문인지 칠십리 실버 합창단은 축제 등 주요 행사 섭외 대상 1순위. 지난해에만 20여 회의 공연을 펼쳤고, 2005년에는 일본 공연에 이어 거제가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칠십리실버합창단의 진면목은 2일 오후 7시 30분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다시 한 번 볼 수 있게 된다.

이날 ‘서귀포를 아시나요’, ‘비목’, ‘향수’, ‘어머나’ 등 주옥같은 20여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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