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몸매가 신분(身分)
[세평시평] 몸매가 신분(身分)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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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삶의 회의(懷疑)에 대한 마음공부를 하기위해서 헬스(health club)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헬스에서 운동하는 시간동안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아들에 대한 기도와 애착을 끊으려는 간절한 소망으로 운동의 과부하(過負荷)를 견딘다.

그런데 다른 멤버들은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 사력을 다하며 운동의 고통과 싸우는 것을 보면서 같이 운동을 하는 30대 후반 여성에게 왜? 이렇게 고생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몸매는 자신의 신분이란다.

몸매를 보면 그 사람이 직장에서 직위, 경제적여건, 등 신분이 파악된다고 하면서…. ‘쭉쭉 빵빵’인 광고 모델은 명품이고, 헬스나 다이어트로 몸 관리한 사람은 진품, 시간이 없거나, 게을러서 몸 관리를 못한 사람은 반품이란다.

반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 러닝머신위에서 뛰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선진화 문명이 되면서 몸 관리는 의무화된 것 같다.

여성들이 다이어트는 신흥 종교 이상이다.

서양의 근대 이전에는 몸은 신분을 드러내는 중요한 표징이었다. 노예나 천민들은 몸에 인장을 새겨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

지금시대에서는 몸은 새로운 신분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몸을 관리해 신분과 계급과 자기능력을 드러내려 한다. 비만클리닉, 피부클리닉 등이 뜨는 영업이다.

육체는 거대한 의료과학시스템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고 조정된다.

체중계의 숫자를 보면서 칼로리를 계산한다. 현대인들은 똑같은 육체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

부자들은 헬스장에 다니고 지방제거 수술을 받고… 최근 미국기업은 자기관리를 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머리와 뱃살이 심하게 나온 사원을 승진에서 탈락시켰다는 내용의 칼럼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이집트에서는 미인의 조건으로 무엇보다도 풍만한 육체를 먼저 꼽는다고 한다.

메마른 사막한 복판을 흐르는 나일강 줄기에서 바람과 모래와 굶주림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해가는 그곳 사람들의 가난한 생활을 생각해 보면 풍만한 몸집이 미인이라는 게 이해가될 것이다.

하긴 과거 제주농경사회에서도 배나온 사람을 알아주던 시대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먹을 것, 입을 것이 귀하던 시대이었기 때문에 배가 나온 비대한 사람이 드물었고 경제적으로 잘사는 사람만이 배가 나왔으니까 배 나온 비대한 사람들의 신분을 높게 평가하고 부럽게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대한 잉여의 살덩어리는 혐오의 대상이다. 비만에서 어떻게 탈출하느냐는 인간의 의지력과 성공신화의 중요한 문제가 된다.

텔레비전 오락프로에서도 남성 다이어트 도전기를 심심치 않게 보여준다.

다이어트 이전과 이후를 보여주면서, 효용가치가 없는 잉여의 살집을 명예퇴출 시키자고 외친다.

몸만들기자본주의 관리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도 그만큼 잘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뚱보는 자제심 부족, 약한 의지력, 충동조절 불능 등 숫제 인격적 차원에서 매도되는 세태다.

굶어도 살이 찌는 사람이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한 세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저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특히 젊은 여성인 경우 더욱 그렇다. 비만 처리에는 왕도가 없다.

먹은 만큼 활동함으로써 에너지를 소비시켜야 한다. 둘을 먹고 하나만 소비하면 하나마큼 체중은 비만이다.

하나만큼 남은 비만에 대해서는 운동을 해서 탄력에 넘치는 몸매를 만들어야 한다.

온몸에 땀이 번지르 흐르고 율동 미 넘치는 근육에 탄력적 움직임만큼 더 건강하고 섹스어필되는 모습도 없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도 활력에 넘칠 것이다.

뜨거운 열정, 싱싱한 건강… 이것은 운동만이 만들어 내는 건강한 이미지이고 당신들의 신분이 높아지는 첩경(捷徑)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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