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대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006년 12월 제8대 UN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신이 올라갔지만 그에 따라서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도 커졌다.
1993년 소말리아(UNOSOM-Ⅱ)에 공병대대를 파견하여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참여를 시작한 우리나라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에 파견된 자이툰 부대 외에도 아프가니스탄, 인도, 파키스탄, 라이베리아, 부룬디, 수단, 그 루지야 등에 평화유지군으로 상당수의 병력을 파견 했다.
1999년 동티모르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후에 유엔의 요청에 따라 1999년 10월 동티모르에 파견된 상록수부대는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2003년10월 철수할 때까지 4년 동안 책임지역에 대한 치안유지, 국경선 통제 및 민사작전 등 임무를 수행하였는데 2003년 10월에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완전히 철수하였다.
2007년 7월에는 레바논에 특전사 대원들을 중심으로 350여명의 평화유지군을 파병할 예정이다.
팔레스타인과 함께 중동의 화약고로 알려지는 레바논이 또 다시 내전에 휩싸이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전 세계의 문명국가들의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유엔의 깃발아래 평화를 위하여 피땀을 흘리는 일은 인류애를 구현하는 숭고한 실천행위이다.
1994년 4월 6일 르완다에서 평화유지활동을 하던 UNAMIR(UN Assisatance Mission in Rwanda)소속의 10명의 벨기에 병력이 잔인하게 난자되어 전사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충격을 받은 벨기에 정부는 사실상 경고도 없이 신속히 UNAMIR의 벨기에 파견대를 완전히 철수시켰다.
UNAMIR 군대 사령관이었던 Dallaire 장군은 그의 지휘 하에 있던 450명의 병력으로 이 기간에 25000명의 사람들을 구하였고 수만 명의 사람들을 전선에서 대피시켰다.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은 용납하지만 이국땅의 낯선 사람들을 위하여 희생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 세계국가들의 공통적인 행태이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시대를 맞이한 우리나라는 세계평화를 위한 노력에 대하여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수단 다르푸르 인종청소를 얼마나 많은 한국사람들이 알겠는가라고 한탄했으며 우리도 이제 국제문제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반기문 총장 취임 직전에야 3년간 밀린 유엔 분담금을 완납키로 결정했으며 총장 선거 과정에서 유엔분담금도 안 낸 나라에서 어떻게 사무총장을 하느냐는 비난도 들었다고 한다.
국제사회가 레바논(80억달러)과 이라크(300억달러)에 대한 부채를 탕감해 주기로 했는데 13억달러의 이라크 부채 상환을 요구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곤혹스럽게 했을 것이다.
2004년 이라크에 파병한 이래 자이툰부대에서 처음으로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시간으로 2007년 4월 26일 자이툰 부대에 파병돼 의무행정 장교로 근무해오던 오중위가 자이툰병원 의무대 이발소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여당이 정부에 대해 자이툰부대 철군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등 최근 국내에서 이라크 철군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분위기라서 철군과 파병반대 여론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은 냉철하고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평화유지군은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교전은 적극적으로 회피하도록 되어있다. 1956년 이래로, 세계 각국에서 모인 병사들이 유엔병력을 표시하는 푸른 헬멧을 썼을 때 대부분의 그 병사들을 유엔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평화유지군”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보통 오해하는 것처럼 평화강제와 평화유지는 그 성격이 다르다. 평화강제는 무력을 어느 정도 사용하는 작전을 수행하지만 평화유지의 경우는 무력의 사용을 자기방어수준으로 제한하며 극도로 금지하고 있다.
유엔평화유지군은 싸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화합과 평화를 조성하러 가는 것이다.
존 던(John Donne)의 시를 떠올려 본다…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감소시키나니/나란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이를 위하여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라./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린다.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