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뺑소니 운전자들에게 무거운 징역형 또는 고액 벌금형 등이 선고되고 있다.
법원은 교통사고를 내 피해를 입힌 것도 중대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점, 혐의 부인 또는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중시해 무거운 양형을 적용하는 추세다.
이와 함께 가해자의 자동차종합보험 가입 여부도 양형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
제주지법 형사 2단독 임성문 판사는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차량)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도내 모 대학 조교수 민 모씨(50)에 대해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도주 차량(특가법 위반) 등 교통사고와 관련해 보기드문 고액 벌금형이다.
민 씨는 지난해 6월21일 오전 6시30분께 제주시 화북동 주공아파트 입구 삼거리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좌회전하다 신호를 받고 직진하는 오토바이를 충격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강 모씨(63)가 약 7주간의 부상을 입었다. 민 씨는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가 검거됐다.
임 판사는 판결문에서 “민 피고인은 도주의 범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증인들의 증언 및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을 보면 사람을 다치게 하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 판사는 이어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됐으며, 재판도중 줄곧 도주의 범의를 부인해 온 점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해 엄하게 처벌해야 마땅하지만,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한 뒤 현장을 이탈했고, 이탈 거리가 300m 정도로서 적극적인 도주의 형태를 띠지 않은 점, 피해자를 위해 5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임 판사는 이날 특가법 위반(도주차량) 및 무면허 음주운전(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 모 피고인(46)에 대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서 씨는 지난 2월17일 오후 8시40분께 술을 마시고(혈중 알코올 농도 0,080%)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리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오 모씨(50)를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피해자 오 씨는 같은 날 오후 9시43분께 서귀포의료원에서 숨졌다.
임 판사는 판결문에서 “음주.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 도주했고, 피해자가 사망한 점에 비춰 피고인의 과실이 매우 중대하고,피해가 너무 크다”며 “비록 사건 발생이후 자수했다고 하나, 유족과 합의하지 못하는 등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이날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피고인 6명이 같은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