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집행부와의 기(氣)싸움을 접고 도가 제출한 제1회 추경 예산안 심의에 들어간 것은 늦었지만 잘하는 일이다. 집행부와 의회가 한 발씩 양보해 타협한 결과다.
김태환 지사는 도의회에 대한 사과 성격의 ‘도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고, 의회는 심사숙고 끝에 김 지사의 글 내용이 미흡하지만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그 동안 보이콧했던 추경 예산안 심의에 들어간 것이다.
사실 이번 일은 그렇게 파문이 확산될 사안이 아니었다.
도의회는 지난 14일 낮 해군기지 관련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연기해주도록 지사에게 요청했는데도 김 지사가 이를 무시한 채 이날 오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버리자 의회를 무시한 처사가 아니냐 면서 급기야 22일 제주도가 제출한 추경 예산안 상정마저 보류했던 것.
한마디로 의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 예산안은 산적한 민생현안이 걸린 것으로 이를 보류해버린 것은 민생을 외면하고 의회직무를 방기한 감정적인 행동이라는 여론이 빗발쳤다.
제주도가 제출한 1800억 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은 주로 농어민 소득증대와 저소득층 및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민생과 직결되는 사안일 뿐 아니라, 태풍 등 여름철 재해예방을 위한 위험지구 정비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한시라도 빨리 처리해주어야 할 사업들로, 도대체 해군기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도의회가 해군기지와는 무관한 추경 예산안을 볼모로 도정을 압박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뒤늦게나마 집행부와 의회가 잘 타협해서 추경 예산안 처리에 착수한 것은 다행이다.
양대성 도의장도 “도정과 의정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명분과 감정을 앞세워 흩어진 모습을 보인 것에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죄송스럽다”는 말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지었지만, 집행부와 의회가 상생의 길을 걷지 못하고 자꾸 삐걱거리다가는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