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주교님의 서한(書翰)
[세평시평] 주교님의 서한(書翰)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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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종교지도자의 ‘군사기지관련 서한’이 도민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교구장이 신자들을 대상으로 띄운 ‘평화의 섬 제주를 염원하며’라는 제목의 편지와 ‘제주를 평화의 기지로 키워 달라’는 내용의 대통령께 드리는 글이 그것이다.

강우일 주교는 제주의 교형자매들에게 보내는 전언을 통해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찬 반 양측이 다 제주도의 발전과 도민의 행복을 기원하는 좋은 뜻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전제, 그렇지만 “제주는 참된 평화의 섬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주도 당국이 ‘동의 결정’을 발표하기 전에 배포된 이 서신에서 강 주교는 지역사회에 깊게 패인 갈등을 의식했음인지, 주로 가톨릭의 교리와 헌장을 중심으로 매우 담담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문장을 전개해가고 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가르쳐 왔으며, 이를 훼손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무력을 통한 정당방위는 엄격한 조건들을 충족시킬 때에만 도덕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군사력경쟁과 엄청난 양의 무기증가는 안전과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강 주교는 “59년 전 무고한 생명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 땅은, 지금이야말로 그들의 흘린 피를 헛되이 하지 말고 무기나 무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고장이 되어야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강 주교의 이 서한은 타 종교인들로부터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독실한 불자(佛者)인 김승석 변호사는 한 언론칼럼에서 “비록 종교는 달리하지만, 교회의 내면적 성찰에서 나온 숭고한 이 뜻을 존경하고 존중 한다”면서 “군사기지 건설로 떡고물이 떨어질 것을 바라보는 자들은 마치 칼끝에 묻은 꿀을 핥는 것과 같이, 미래 세대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생태환경의 파괴라는 업보를 물려주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강우일 교구장은 대통령에게도 ‘충정어린 몇 가지 말씀’을 공개서한 형식으로 밝히고 있다. “제주는 동북아와 세계의 긴장을 완화하는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참된 평화의 섬이 되기 위해서는 선언과 구호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역설하면서, 다음과 같이 간곡히 당부하고 있다.

첫째 ‘평화의 섬 제주에 더 이상 군사기지를 증강하는 계획은 수정해줄 것’과, 둘째 ‘해군기지 유치결정은 제주도민 전체에 대한 충분한 홍보와 식별의 과정을 거친 뒤에 민주적인 주민투표절차를 거치도록 지도해줄 것’ 등 두 가지이다. 비신자들도 이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터이다. 굳이 강우일 주교의 서한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제주는 오직 ‘평화의 섬’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대양해군의 필요성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도민들은 ‘해군기지가 설치되면 공군이 들어오고, 결과적으로 이들 해 · 공군시설을 보호할 타군 경비부대까지 주둔하게 됨으로써 제주도는 완전히 군사요새화 할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의혹을 말끔히 지울 수 있어야 한다. 논어에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는 서지 못 한다)’이라는 말이 있다.

주민의 신뢰가 우선이다. 과연 어떤 선택이 지고(至高)의 선(善)인가. 제주도를 ‘군사기지’로 하는 것이 최고의 국익에 부합되는 것인지, 아니면 ‘평화의 섬’과 ‘국제자유도시의 섬’으로 만드는 것이 최상의 국익에 부응하는 것인지를 재검토 해보았으면 한다. 누가 뭐라 해도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보석이다. 찬성과 반대라는 흑백논리가 아니라, 제주도의 진정한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溪山 이   용   길
전 제주산업정보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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