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항구한 평화와 善
[세평시평] 항구한 평화와 善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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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23세(1881∼1963, 1958∼1963 재위)는 세계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은 물론 선의의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회칙, ‘지상의 평화’(1963)에서 참된 평화는 무기로 얻어지는 게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무기와 무장해제’에 관한 가르침에서 “무기생산이 평화를 보장하는 계기가 된다고 정당성을 외치는 자들이 있으나 결코 평화가 무기라는 힘의 균형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한 국가가 무기를 보강하면 다른 국가들도 더욱 크게 무기를 보유해야만 한다. 또한 한 국가가 원자 무기를 생산하면,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파괴적 원자무기를 생산하는 악순환이 계속 될 뿐이다.”라고 갈파했다.

그래서 교황 요한 23세는 일찍이 정의, 지성, 인간성을 일깨워 무기경쟁을 중단하도록 하고, 상호간에 동시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무기들을 축소하고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여 끝내는 완전한 무장해제 상태에서 효과적 감시체제를 운영하도록 촉구했던 것이다. 핵확산 금지조약 발효 이후에도 핵을 보유하려는 국가들이 얼마나 많으며, 이러한 군비경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크고 작은 국가간 분쟁과 인명살상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제260대 교황 비오 12세(1876∼1958, 1939∼1958 재위) 역시 “경제와 사회를 파괴시키며, 도덕적 탈선과 혼란을 야기하는 세계대전의 불행이 인류 가족에 세 번째로 닥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라 경고했다. 교황 비오 12세는 전쟁으로 황폐화된 세계를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에 바탕한 새로운 질서로 부흥하려 애썼던 분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바티칸 근위병들을 무장해제 시키라고 명령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전임자가 소집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가톨릭 쇄신을 이룬 교황 바오로 6세(1897∼1978, 1963∼1978 재위)는 온 세계 교회에 ‘평화의 날’(1월 1일)을 함께 지내도록 하기도 했다.

제주 해군기지 유치를 찬성하는 이들은 국가 안보 전략상, 제주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리고 해군기지가 ‘세계 평화의 섬’ 이미지와 양립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국가 안보 논리는 북한의 핵 개발을 비롯한 중국과 미국, 일본의 군비경쟁의 예에서 잘 느낄 수 있다.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군비증강의 해악이 어디까지 뻗칠 것인지 헤아려 보면 허구임이 당장 드러나는 것이다.

강우일 베드로 천주교 제주교구장은 “군비경쟁은 인류에게 있어서 극심한 역병”이라 단언한다. 각국 정부가 국방비에 투입하는 천문학적 예산이 말해주듯이 가난한 나라일수록 굶주림에 허덕이는 국민을 보살피지 않고 가장 부유한 나라, 군사대국으로부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여 무기를 사들이는 현상을 직시하자고 했다. 평화는 무력 경쟁이나 힘의 균형 추구로 이뤄지지 않는 것임을 재인식하자는 권고이다. 민족간, 국가간 상호신뢰와 교류, 협력을 통해 평화를 공고히 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권유이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5. 27)”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다시 새겨 듣는다. 예수 그리스도는 힘으로 세상을 정복하여 평화를 이루려 하신 것이 아니라 용서와 사랑을 통해서 인간과 인간을 갈라놓고 대립시키는 모든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근원적인 평화를 이루려 하신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참된 평화를 완벽하게 이루기는 난망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있는 힘을 다하여 끊임없이 나아가야 할 길인 것을.

안   창   흡
언론개혁제주포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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