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검사하면 뭐 하나'
'결산검사하면 뭐 하나'
  • 임창준
  • 승인 2007.0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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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등 10명 20일간 작업…'경비 아깝다'

“연간 1조원이 넘는 도 예산 결산검사 최종 보고서 내용이 겨우 A4 용지 8쪽이라니…이래도 됩니까”

지난해 나온 제주도 세입ㆍ세출 결산서 보고서를 본 일부 도의원은 물론 공무원조차 혀를 내두르며 하는 말이다.

지난 16일부터 이달 말까지 제주도가 지난해 의회의 승인을 얻어 지출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예산결산 검사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엔 구성지, 오종훈, 박명택 도의원과, 오순정씨 등 3명의 공인회계사, 김현식 씨 등 2명의 세무사, 김두원 산업정보대 교수, 장창도 전 도 환경건설국장 등이 검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도청 2층 회의실에 진을 친 결산검사장엔 도의 방대한 예산서와 함께 여기에 지출된 각종 증빙자료 등이 책상 곳곳마다 수북하게 쌓여있다. 결산검사위원들이 요구한 자료들이다.

공무원들이 지출한 내역을 설명하고 있고, 위원들은 예산서와 집행 금액을 비교하면서 잘못된 것이 없는가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같은 집행부에 대한 예산결산검사 작업은 지방의회가 생긴 후 의회의 주관으로 해마다 5월이면 행해지는 연례행사다.

의회가 승인해준 예산대로 도가 잘 집행했는지, 유용되거나 전용한 사례는 없는지, 정해진 예산항목을 과다하게 사용치 않았는지 여부 등을 도민을 대표해 도의원, 회계사, 세무사, 전직 공무원 등 도의회 의장으로부터 위촉받은 10명의 위원이 도가 지출한 경비내역 등을 검사하는 아주 중요한 업무다.

결산검사 작업이 끝나면 종료 10일 안으로 세입ㆍ세출 결산 보고서(의견서)를 의회와 도지사에게 제출하게 된다.

이번 기회에 지난해 5월말 2005년 한 해 결산 검사결과 채택된 세입ㆍ세출 결산서 보고서를 보자. 지적사항을 적은 ‘행정개선을 요하는 사항’은 A4 용지 8쪽이 전부다.

그나마 예산을 잘못 집행해 지적된 사항은 거의 없다. 모두 잘됐다(‘적정하게 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입ㆍ세출의 결산, 명시이월비, 사고이월비 정산, 채권ㆍ채무의 결산 및 재산ㆍ기금ㆍ금고의결산내역들이 잘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개선사항으로는 세입분야에 ▲체납액 최소화 ▲체납액 징수에 따른 인센티브 확대 ▲채권확보의 합리적인 방안 마련을 제시했다.

세출분야에서는 ▲지방교육세 송금지연 개선 ▲이월사업 발생에 따른 예산집행 개선 ▲예산전용에 따른 업무처리 문제 등을 지적했다.

예산을 전용한 잘못은 ‘제주방문의 해’ 사업추진에 따른 민간위탁금 수천만원을 전용한 것 2가지 사례만을 지적하고 있다.

도청 예산집행에 있어 예산전용한 경우는 10억대가 수두룩한데도 이처럼 단순하고 얼마되지 않는 금액을 놓고 결산서에 채택한 것으로 미루어 결산검사위원들의 무능인지, 아니면 도의 로비에 의해 묵인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특히 승인된 예산을 여러 사정으로 집행하지 못한 것도 수두룩한데도 집행잔액이나 불용액(不用額)을 집계, 그 사유 등을 지적하지 않음으로서 주먹구구식의 예산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민간이전 부분에 사후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지만,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기껏 모 언론사의 축구대회, 탁구대회 경비 3000만원 수준의 것에 불과하다.

이밖에 개인카드나 간이현금영수증 등으로 예산 집행되는 것을 ‘법인카드로 사용토록 해야한다’는 등 너무 기본적이고 당연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 상당수에 이른다.

K 회계사는 "이런 정도의 결산보고서를 만드느라 10명이 20일간이나 작업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4000여만원의 결산검사 예산(경비)이 아깝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연대 한 관계자는 “결산검사에 대한 사후 검증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결산검사위원들이 결산검사 기간에 도 간부들로부터 식사를 대접받는 등 로비를 받는 행위는 공정한 결산검사를 위해서도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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