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의 설화에는 ‘부부새’라는 기이한 새가 등장한다. 몸은 둘인데 다리가 붙어 있어 혼자서 날지 못한다. 이 부부새는 한쪽이 먹으면 다른 한쪽이 살찌는 기이한 생리구조를 가졌다. 결국 부부새는 한쪽 새가 먹은 독풀로 인해 같이 죽고 만다는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화목한 가정을 꾸며나가라는 취지로 마련된 Sweet Day(제13회 세계부부의 날)이다. 둘이 합쳐 하나가 되어 참다운 사랑을 나누라는 뜻에서 가정의 달인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흔히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이야기한다. 남자와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근본적으로 신체리듬과 구조가 틀리기도 하지만 자라나면서 환경이 다르고 삶의 경험이 다른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다고 해서, 일심동체로써 생각과 행동이 일치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이상적인 부부상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여 서로가 격려하고 보듬어주며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부부라고 한다.
부부가 함께 꾸미는 가정은 모든 삶의 근원지로써 행복생산 공장이라고 생각한다. 자녀들에게 있어서 가정은 1차 교육기관이다. 부모라는 거울을 보며 품성이나 습관이 학습되어 진다. 특히 유아기 자녀들은 옳고 그릇됨을 인지하는 분별력을 갖지 못하고 부모의 말과 행동을 여과 없이 받아들인다.
건강한 가정의 자녀들은 올바른 품성이 길러지게 되며 이러한 가정이 많을수록 사회가 건강해지며 나아가 국가 경쟁력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양극화 문제로 인해 단란하게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할 많은 가정들이 경제문제로 해체되고 있다.
통계수치에 따르면 10쌍 결혼 중 평균 4쌍 꼴로 이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부모의 결별로 자신의 뜻에 상관없이 한 부모 가정 또는 조손가정에서 우리의 자녀들은 자라고 있다.
자녀들이 올바르고 선한품성을 지니며 자랄 수 있도록 극진히 보살펴야 할 부모의 의무를 너무 쉽게 망각해 버리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부부일수록 서로에 대한 배려와 격려를 잊지 말도록 하자. 부부끼리 좋았던 일들만 생각하며 서로의 고마움을 느껴보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 같은 날은 집 근처 까페에서 둘만의 오붓한 자리를 만들고 와인잔을 부딪치며 ‘당신’하고 외치면 ‘최고야’라고 화답하여 용기를 심어주자. 부부간의 격려는 어려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의 원천이다.
부부새는 혼자서 날 수 없다. 한 쪽이 벌어드리면 같이 나눠 쓰고, 한쪽이 이름이 나면 같이 빛을 발한다. 한쪽이 슬픈 일을 당하면 같이 슬퍼하게 되고 큰 실수를 범했을 때는 공멸하는 숙명적인 존재가 부부관계이다. 인생을 사는데 정도는 없다고 본다. 누구나 삶의 방법이나 생활의 양태가 다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추구라고 할 수 있다.
행복은 자신의 마음속에 느낌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족하게 여기는 사람은 억울해 하고, 가진 게 없어도 나눌 수 있는 자는 언제나 행복하게 느끼며 살아간다. 우리의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기도하고 여행에 비유하기도 한다.
산에 오르다보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한다. 여행길에서 우리는 늘 아름다운 모습만 보는 것도 아니다. 슬프고 비참하고 형언할 수 없는 초라한 인간의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고통과 좌절을 맛보면서도 산악인은 산을 즐기고 탐험가는 여행을 즐긴다. 절망을 딛고 일어섰을 때 인생의 지평이 넓어지고 삶의 원동력이 샘솟는다.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한 꾸준한 서로의 노력이 행복을 만들어 나간다.
늘 한 몸처럼 떨어져 지내도 마음이 통하고 함께 있어도 그리워하는 부부, 한눈팔지 않고 한곳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부부, 주어진 현실에 만족할 줄 알고 하루를 무사히 보냈음을 감사하는 밀레의 만종에 나타난 부부의 모습은 아름답다. 인간이 모습을 나타낸 글자, 인(人)의 모습은 두 사람이 넘어지지 않도록 서로를 받혀주고 있다.
류시화 시인은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위해 두 마리 물고기가 평생을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를 사랑하고 싶다’고 하였다.
인생항로를 손잡고 함께 넘어야 할 숙명적인 부부관계가 부부새의 운명처럼 느껴지는 날이다.
강 선 종
기획실장/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