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역장 유치 실효성 없다
노역장 유치 실효성 없다
  • 김광호
  • 승인 2007.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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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못 내면 노역장에…육체 노동 나서는 인원 '극소수'

노역장 유치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법원에서 벌금형 또는 과료(科料) 처분을 받고 납입하지 않을 경우 교도소 노역장에 유치토록 하고 있다.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할 때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금 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을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주문(主文)에 의무 부가하고 있다. 1일 노역장 환산 금액은 보통 5만원 선이다.

그러나 노역장에 유치됐다고 해서 반드시 육체 노동에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을 해도되고 안 해도 된다. 결국 원하는 사람만 실제로 교도소내 노역에 참가하고 있다.

현재 제주교도소 노역장에는 벌금을 납부하지 못한 34명이 유치돼 벌금 대신에 노역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노역하는 인원은 하루 평균 2~3명에 불과하다는 게 교도소 측의 설명이다.


노역장에 유치되는 인원 중 상당 수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노역이 어렵고, 병원 치료를 받는 유치 인원도 적잖다는 것이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 300만~500만원 안팎의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노역장에 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체로 보통사람들처럼 건강상태가 좋을 리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노역장에 보내지는 인원이 소수인 것도 아니다. 지난해 제주지법 1심 전체 형사사건 피고인 3129명 가운데 벌금 등 재산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무려 37%(1159명)에 달했다. 집행유예 878명, 자유형(실형) 474명을 훨씬 웃돌았다.

문제는 벌금형 등 재산형을 선고받아 형이 획정된 뒤 30여일이 지나도록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인원이 무려 593명(제주지법 통계)이나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체 재산형 선고 인원의 절반이 스스로 벌금 납부 대신에 노역장을 선택했거나, 강제로 노역장에 보내졌다.

벌금형은 범죄의 처벌을 재산형으로, 과료는 경범죄에 부과하는 돈이다. 따라서 부과 액수가 적은 과료처분 대상자보다 부과액이 고액인 피고인들이 노역장에 유치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노역도 교도소 안에서만 해야 한다. 주로 인쇄소의 일과 목공 등의 일을 하고 있을 정도다. 교도소 밖 봉사활동 형태의 노역은 아예 허용 되지 않고 있고, 교도소내 노역도 사실상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할 때 벌금을 납부할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고려해 피고인별 경제적 능력에 따라 적용하는 새로운 벌금형 부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미국 등 일부 선진국처럼 벌금을 낼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대로 벌금을 선고하고, 가난한 사람에 대해선 벌금 대신에 사회봉사 제도를 확대해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제도 개선은 국가적으로도 그 만큼 교정시설 경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관련 피고인들에게도 새로운 사회를 경험토록 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 법조인은 “이들을 부족한 농가일손 돕기와 양노원 등 복지시설 봉사에 참여시킬 경우 처벌 주체인 국가, 본인 모두 만족하는 범죄 처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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