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사회를 파괴하고 인간 관계를 불가능하게 한다.”(M.L.킹) 폭력은 마치 시뻘건 화염 덩어리가 주위를 굴러다니는 것처럼 사람을 불안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폭력은 생활인으로서의 사색이나 인간적 의사소통이 깨진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성에 의해서 억제되지 않는다.
폭력은 참으로 치욕이다. 그것은 인간의 풍요로운 문명을 부패시키는 한편, 불의를 당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러한 불의를 자행하는 자들을 더욱 더럽힌다. 폭력을 통해 어떤 소망도 바람직하게 성취될 수 없으며, 자기의 욕망과 분노에 모든 것을 처넣어 버리게 된다. 잔혹을 즐기고, 남의 고통을 구경거리로 여기며 그것으로 자위를 삼는 것이 얼마나 천박한 행위인가? 폭력은 그 터무니없는 위압으로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겠지만, 끝내 상대를 순종시킬 수는 없다.
폭력이 정치권력과 결부되면서 인류 역사는 처절한 유혈참극을 연출해 왔다. 무솔리니에게는 힘과 폭력의 개념이 언제나 황홀한 것이었다. 그는 그의 나라에서는 폭력행위가 “민족적인 질병 예방 조치”라고 규정하면서 “의사가 전염병에 걸린 사람을 돌아다니지 못하게 격리시키는 것처럼 특정한 인간들도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테러에 의해서 수많은 국민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히틀러는 나치 국가를 세우기 위해 강력한 힘을 이용하여 테러 행위를 자행했다. 그뿐이 아니다.
자기의 감정에 의해서 국민을 무차별 학살한 통치자도 있다. 중국 역사에서는 폭군에 의해 도탄(塗炭)이란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 단어가 얼마나 잔혹한 행위에서 이루어졌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신의 섭리를 배반한 행위로 기록되었고, 그 폭력의 주인공들은 악명 높은 이름을 후세에 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역사적 기록에 관심을 기울일 만한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우리 자신이 추하고 두려운 폭력에 예속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폭력은 분명 오늘날의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악의 세력 가운데 하나다. 가정 폭력, 학교 폭력, 아동 폭력 등등 섬뜩한 언어들이 우리 입에서 튀어나오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거기다가 조직 폭력이라는 말이 자주 보도 매체에 등장한다. 금단의 열매가 가장 맛이 좋은 것처럼 폭력의 잔악성 속에는 독소를 머금은 달콤한 유혹이 은밀하게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강자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폭력,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무시하며 깔아뭉게는 폭력도 있다. 선량한 시민의 생존권을 지켜 준다는 공권력도 이 강자의 폭력 앞에서는 힘을 잃는 것일까? 이들은 무슨 곡마단의 두목 같은 각광을 받으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자만심과 승리감에 도취되어 생명의 존엄성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근에 대재벌의 총수가 폭력 사건에 깊이 개입되어 사회에 커다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수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재벌 총수는 사건 현장에서 보복 폭행을 직접 지시했다. 문제는 해당 대재벌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데 있는 것 같다. “진실”이야 어찌됐던 대다수의 국민은 대재벌이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의 밑바탕에는 매꿀 수 없는 허전함이 자리잡고 있다.
폭력으로 복수를 하거나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행위는 인간 존엄성을 말살하는 것이며, 더불어 사는 삶을 차단하는 것이다. “비폭력은 나의 신앙의 제1조이며, 나의 강령의 마지막 조이다. 그 근본은 진리와 정의이다.”(간디)
김 영 환
전 오현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