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 사극(史劇) 전성시대
[기고] 신 사극(史劇) 전성시대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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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중국은 자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역사로 만들려는 ‘동북공정’을 추진하면서 고구려를 고대중국의 일개 지방민족정권으로 주장한다. 이에 연유한 반감의 사회적 분위기에 고구려의 건국과 패망의 역사적 사실을 재조명하는 고구려 사극들이 방송 3사에서 앞다투어 방영되고 있다.

신 사극은 고증되지 않은 야사(野史)를 마치 정사(正史)처럼 착각하게 함으로써, 역사관의 혼돈을 가져온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근래 방영되는 고대사극은 모두 고구려와 고대중국 간 도전과 응전의 난세에, 영웅의 눈부신 활약상을 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대부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정통사극과는 달리, 판타지 작품의 신 사극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판타지란 현실· 정상· 상식을 초월하는 영역,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한 문학장르를 말하며, 신 사극은 정통사극스타일에서 과감히 탈피해 현대적 감각에 맞춘 대중화된 역사극을 뜻한다. 정통사극은 근세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비교적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하기 때문에, 고대사극과는 달리 신화적 요소도 거의 없다. 그러나 신 사극은 고구려 고대사이기에 기록이 거의 없고, 고증도 어려워 정통사극으로 제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판타지의 사전적 의미는 환상이며, 환상은 현실과 사뭇 다른 세계에 대한 감각적 사유이다. 환상 세계에서는 시공의 경계도 없다. 이 시대 주역의 자리를 꿰찬 신세대들은 환상의 세계를 동경한다. 현실을 색다른 방식으로 꾸며보고 싶은 환상에 대한 충동이 여기에 있다. 판타지는 한마디로 현대인이 희구하는 ‘대리만족’이라 할 수 있다. 현대는 진지한 사실성보다는 가볍게 재미를 추구하는 자유분방한 시대이다. 그래서 시대상황에 맞는 판타지 문학의 신 사극 출현은 그 의미가 있다.

신 사극 방영은 난해한 역사를 간단하게 풀어 흥미롭게 전할 수 있고, 역사에 대한 지식과 관심을 확장시킨다. 신 사극에는 많은 허점도 있다. 역사의 큰 틀을 조명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으나, 기록이 없는 고대의 과거사는 정사와 야사의 구분이 어려운 실재와 허구가 공존한다. 그래서 고증이 없는 고대사는 역사가 왜곡될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하고 있음이다.

그래도 그리 염려할 것만은 아니다. 원래 극이라는 문학장르가 원초적으로 허구성을 구성요소로 하기 때문이다. 신 사극을 재미있게 시청하여 즐기고, 실재와 허구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은 정사에서 습득하면 되니 말이다. 물론 야사와 정사를 구별하지 못해서 역사관의 혼란을 겪을 미성년자에 대한 시청에 주의를 요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문   익   순
제주특별자치도 공보관실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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