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침묵…도민대의기관 맞나?
도의회 침묵…도민대의기관 맞나?
  • 임창준
  • 승인 2007.0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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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문제로 도민사회 뜨거운데…

제주지역사회가 온통 해군기지 건설 여부를 놓고 극심한 대립속에 일대 혼란을 겪고 있으나 정작 제주도의 미래를 좌우할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제주도의회가 도민의견 수렴이나 찬ㆍ반 의견 표시등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도민의 대의기관임을 스스로 자처해 온 의회는 해군기지 건설의 핵심인 찬반 문제는 전혀 외면한 채 여론조사의 절차상 문제 등 핵심을 비껴가는 사안에 빈 강통처럼 요란하게 따지는 등 극히 말초지엽적인 문제나 터치하면서 넘어가는 식으로 일관, 도민 대의기관으로서 의회의 기능에 근본적인 의문점까지 던져주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문제가 불거진 지난 해 11월 제주도의회는 의회내에 ‘군사기지특별위원회’를 구성,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모든 정보를 수합하고 이를 도민들에게 알리는 한편 해군기지 문제를 의회 차원에서 토의하고 여기에서 나온 의견들을 도출, 도나 정부에 방향을 제시하겠다며 업무를 추진해왔다.

이들은 해군기지가 있는 외국의 사례를 시찰한다는 명목으로 6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2개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말, 김태환 지사는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순차적인 추진 일정과 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 5월안으로 도민 여론조사 및 TV 토론, 군항기지 건설 여부 확정 등 모든 것을 끝내기로 하고 이같은 로드맵에 따른 숨가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주도와는 달리 제주도의회는 매우 한가하게 돌아가고 있다. 의회 해군기지 특위가 지난 11일 유덕상 환경부지사를 출석시킨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작성했다는 ‘양해각서’에 대한 진위를 가리려고 했으나, 이를 가리지 못한 채 양해각서 문제는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하고 끝난 것이 고작이다.

군사기지 특위 위원 13명 가운데 4명이 이런저런 구차한 이유를 들며 중도 사퇴한데다 11일 열린 간담회에는 단 4명의 의원만이 나와 맥빠진 분위기마저 연출하기도 했다.

여태까지 군사기지특위가 한 일이라곤 기껏 도가 제시한 여론조사 방법 시기, 인원, TV 토론 등의 내용을 그대로 추인해준 정도이며 나머지 대부분의 일반 도의원들은 해군기지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7일 도의원 7명이 성명을 통해 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여 해군기지 문제를 결정하고 해군기지 위치까지 여론조사를 통해 벌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절차상의 문제 따지기 위한 임시회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미 도는 의회 특위가 사실상 ‘추인’해준 로드맵에 따라 착착 절차를 한창 진행중인 판에 이처럼 절차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버스 지나간 뒤에 손 흔드는’ 격이란 지적이다.

의원 2명이 군항과 민항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제 3의 대안 등의 대책도 기자회견을 통해 제시했으나 사견일 뿐이다.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진 후 아직까지 특위는 물론 도의원 전원이 이의 찬성^ 반대 문제를 놓고 단 한번도 토론을 벌인 일이 없다. 도의회가 문제의 핵심인 찬성ㆍ반대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여 찬성하든 반대하든, 결의안 (건의안)을 냄으로서 공식적인 의회의 목소리를 담아내야하는 것이 순리인데도, 대부분 의원들이 이런 핵심 문제에는 접근을 꺼리고 있다.

이는 의원들이 뚜렷한 소신이나 철학없이 찬성파^ 반대파 주민눈치 보기, 도(국방부)와의 입장설정 문제, 훗날 역사적 평가에 따른 두려움 등이 작용하고 있는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제반 정황으로 도의회는 금세기 제주도내 최대 현안인 해군기지 건설문제엔 빈 깡통 굴러가듯 요란스럽게 변죽만 울리는 시늉만 한 채 이렇다 할 의회 차원의 ‘합일된’(그렇지 못할 경우 ‘다수의견’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천명하지 못함으로서 도민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중요한 제주미래를 결정하는 역사적인 도민 공론의 장에 당연히 주역이 돼야 할 도의원들이, 립 서비스 시늉처럼 빈 깡통만 울러대며 핵심을 스스로 비껴가고 있는 형국이다.

찬^반단체들이 도민과 정부를 향해 성명, 회견 등을 통해 제주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요즘 연일 숨차게 뿜어내고 있지만, 여기에 반응하는 도민 대의기관의 고민은 좀 체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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