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어리로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냇가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줄만 한 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울던 엄마를 본 후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강원도 시인 ‘심순덕’의 시가 가슴 아리게 다가서는 아침입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가 그렇습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가이 없는 사랑입니다. 제 몸 녹여 빛을 만드는 촛불처럼 어머니 사랑은 조건 없는 희생입니다.
살을 저미고 뼈를 발라서라도 자식들이 잘 되기만을 바랍니다. 그 자체가 달콤한 향기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콧잔등 시큰하도록 숭고한 사랑의 이름입니다. 거기에는 시리도록 명징(明澄)한 영혼의 푸른 샘이 넘쳐납니다. 퍼내도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사랑의 옹달샘입니다.
자식에게 바라는 과욕과 자식을 통해 얻으려는 탐욕으로, 비극을 잉태하는 빗나간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 어머니 사랑의 본질은 이처럼 맹목에 가까운 순수입니다. 그러기에 어머니의 자식 사랑을 ‘원초적 본능’이라고도 하지요.
자식이라면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내놓은 헌신(獻身),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자식이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제일 예쁘다고 여기는 막무가내, 그것이 갈대처럼 약한 여자를 고목처럼 강하고 단단한 어머니가 되게 하는 사랑의 본질입니다. ‘마틴루터 킹’ 목사는 말했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버릴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을 삶 속에서 발견하지 못한다면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어머니 사랑은 어머니들에게는 바로 목숨을 버려도 좋을 삶의 가치임이 분명합니다. “부모는 먹지 않고 자식을 주고 자식은 먹고 남아야 부모에게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어미는 열 자식을 키울 수 있어도 열 자식은 한 어미를 봉양하지 못한다”는 격언도 생각납니다.
부모의 내리사랑 이야기입니다. 넘치는 부모의 사랑에도 고마움을 모르는 불효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어머니 사랑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어머니가 이승을 떠나버린 후입니다. “불효자식은 웁니다” 가슴 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라 부르면 눈물이 난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뒤늦은 불효에 대한 회한(悔恨) 때문입니다. 부모 살아 계실 때 못한 효도를 뒤늦은 후회로 대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어버이날 아침에 어머니를 떠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살아 계실 때 부모 은혜에 백분의 일이라도 보답해드리자는 뜻에서입니다. “있을 때 잘혀 까불지덜 말고 있을 때 잘혀 구박허덜 말고 (명자야 에미가 살면 얼마나 살것냐)” TV드라마속에서 비롯된 코믹한 유행어가 차라리 숙연해지는 어버이날 아침입니다.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