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행정부, "재량권 일탈ㆍ남용한 것" 서귀포시 패소
시설 설치를 허가해 줬다가 나중에 정당한 이유없이 허가를 취소한 행정행위는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행정 당국이 이미 내 준 허가를 정당한 사유없이 취소하는 행정행위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지법 행정부(재판장 김상환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오 모씨(서귀포시 표선면)가 서귀포시장을 상대로 낸 (양돈장) 축산폐수배출시설 설치허가 철회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서귀포시)는 허가철회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행정처분의 철회를 정당화하는 ‘사정의 변경’이란 원래의 행정처분의 발령에 중요한 관건이나 전제가 됐던 사실관계가 그 후에 변화가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서귀포시가 주장하는 ‘농업용수의 인입 차질”이라는 사정 발생은 이 사건 처분의 근거인 ’사정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귀포시가 내세우고 있는 용수공급계획서는 축산폐수배출 시설설치 허가 신청서의 제출 서류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이 점 등을 고려하면 수리계를 통해 끌어들인 농업용수로만 양돈업을 해야 한다는 (서귀포시)의 주장은 법령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 밖의 용수공급계획의 차질로 축산폐수배출시설을 이용한 원고(오 씨)의 양돈업의 영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단정할 아무런 증거가 앖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적법함을 뒷받침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에 대한 피고(서귀포시)의 주장과 입증도 없으므로 허가 취소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원고 오 씨는 지난해 8월 서귀포시 표선면 목장용지 4025m2에 양돈장을 시설하기 위해 서귀포시로부터 추산폐수배출시설 설치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서귀포시는 같은 해 11월29일 이 토지에 상수도의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제주도수자원본부의 의견에 따라 허가를 취소했다.
오 씨는 이에 맞서 “농업용수의 인입은 허가의 전제도 아니었고, 수리계가 농업용수의 공급을 거부할 권한도 없을 뿐아니라, 70% 이상의 공정률에 이른 공사가 중단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볼 위험에 처해있다“며 허가철회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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