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이도 잊고 아빠, 엄마도 잊고 또 다른 너의 세상에서 행복하거라”
실종된지 40일 만에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故 양지승 어린이(9)의 장례식이 27일 오전 지승 양의 부모와 할머니, 고모, 이웃주민 들의 오열 속에 진행됐다.
오전 7시20분 서귀포시 서홍동 지승 양의 집 앞.
가족과 친지, 마을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진 노제에서 이웃주민 안정업씨(40)가 지승 양의 부모가 복받쳐 오르는 슬픔을 억누르고 써 내려간 ‘사랑하는 지승이를 기리며’라는 마지막 편지를 읽어 내려가자 주위는 금새 울음바다로 변해버렸다.
지승 양의 부모는 편지를 통해 “사랑한다. 사랑한다. 너 하나만으로 네가 있으므로 행복했는데, 든든했는데...허무 하구나 꿈만 같구나 지승아!” “너와 함께 한 시간이 아쉽고 애통하구나...이 아빠 엄마는 너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구나. 바람처럼, 풍매화처럼 자유롭게 해주고 싶구나”라며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내야 하는 부모의 애끓는 심경을 토해냈다.
이어 “먼 훗날 네가 이 아빠 엄마보다도 더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행복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너를 보낸다” “그러니 너도 잊어라 지원이도 잊고, 아빠 엄마도 잊고 또 다른 너의 세상에서 행복해라”는 마지막 인사는 듣는 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지승 양 부모는 혼자 먼 길을 떠나야 할 지승 양 곁에 조금이라도 더 있어주기 위해 운구차에서 끝내 내리지 않았다.
앞서 운구차는 지승 양이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놀며 추억을 만들어 나갔던 학교를 찾아 선생님.친구들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지승 양의 시신은 이날 오전 8시20분께 제주시 양지공원에 도착했다.
이 후 100여분이 지나고 지승 양의 몸이 한 줌 재로 돼 수골실로 들어가자 지승 양의 할머니는 “내 새끼 어찌할꼬, 불쌍한 우리 지승이 어찌할꼬, 이대로 보내고 우리는 어떻게 살꼬…”라며 통곡했다.
작은고모도 끝내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지승 양의 동생 지원 양(7)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지승 양의 영정을 든 외사촌 동생 신인규군(9)의 뒤를 따라 운구차에 오른 지승 양의 유골은 서귀포시 외돌개 앞바다에 뿌려졌다.
전국을 슬픔에 젖게 했던 지승 양은 꽃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세상과 작별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는 지승 양을 추모하는 촛불 추모식이 열렸다.
제주여성인권연대 주관으로 열린 이날 촛불 추모식은 추도사와 추도시 낭독, 추도춤 공연,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