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승 어린이 약취.유인 살해사건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비등한 가운데 살인사건 등 강력사건의 수사에 일대 변화가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이후 도내에서 발생한 3건의 살인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살인 혐의로 송치된 용의자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고, 역시 살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1심 법원에서 무죄 선고됐다.
뿐만아니라 아직까지 용의자조차 검거되지 않아 유족들을 애태우는 여인 살인 사건도 있다.
지난해 2월18일 밤 제주시 모 원룸 30대 여인(당시 37) 살인사건 용의자는 검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됐고, 역시 지난해 9월25일 제주시 모 카페 여주인(당시 48) 살인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는 제주지법에서 증거 증명력 부족으로 무죄 선고됐다.
또, 지난해 9월3일 자신이 운영하는 제주시 모 소주방 주방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여인(53) 살인사건의 용의자도 검거하지 못한 상태다.
물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밤낮 없이 사건 해결에 진력하는 담당 경찰관들의 노력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수사력의 한계일 수 밖에 없다.
이번 양 어린이의 수사를 계기로 경찰의 수사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제로 남을뻔 했던 양 어린이 살해사건의 전모가 파헤쳐진 것은 다름아닌 경찰청의 프로파일링팀(범죄행동분석팀) 덕분인 것으로 알러지고 있다.
프로파일링(Profiling)은 현대 범죄 수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과학수사 기법이다. 범죄분석 또는 범인 추적기법이라고도 한다. 프로파일링의 구성원은 범죄 심리학자들이다.
우리나라에는 도입된지 몇 년 안됐지만, 미국 등지에서는 오래전부터 범죄 현장에 반드시 범죄 심리학자들이 동행해 범죄 대상과 현장, 방법 등을 조사한 후 범인의 범위를 좁혀 나가고 있다.
이 때 범인의 환경과 성 및 성향, 취향과 성격, 나이 인상착의, 학력, 자동차 소유 유무, 차종까지 파악하는 과학적 수사 기법이다.
양 어린이 범행 현장 역시 경찰청 프로파일링의 조언이 컸을 것이라는 추즉이다. 말하자면 “‘범인은 주변에 있다’. ‘어린이대상 범죄 전과자를 확인하라’. ‘피해자의 성격을 정밀 분석하라. 그러면 범인의 특성도 감지될 것이다.’”라는 등의 범죄분석을 이끌어 내 추적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직 프로파일링이 구성된 곳은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과학수사 기법은 살인사건 뿐아니라 뺑소니 사건 범인 검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도내 살인 사건 등 미제 사건도 경찰청의 프로파일링을 통해 수사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지금이라도 이 제도를 이용해 미제로 넘어가는 살인사건들을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