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중앙 정치권 과잉개입에다 FTA 지지에 등돌린 표선 민심
한나라당, 중앙 정치권 과잉개입에다 FTA 지지에 등돌린 표선 민심
  • 임창준
  • 승인 2007.0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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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괸당'선호 정서 한몫, 정치권개입은 투표율 높여

이당 저당도 보단 괸당이 최고.
25일 치러진 표선면 도의원 재선거에서 무소속 김도웅 후보(41)가 한나라당의 김승권 후보(58)를 누르고 당선됨으로써 '괸당 선거'의 위력이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한나라당 김경민 의원의 도중하차로 치러진 이번 재선거는 선거전 초기엔 뚜렷한 쟁점 없이 도내에서 유일하게 치러지는 재선거여서 지역주민들의 관심도가 저조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재오 최고위원과 박찬숙 의원 등 중앙당의 유력인사를 선거지원 활동에 파견함으로써 막판 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도 표선 지역 곳곳을 돌며 한나라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여기에다 행정 경륜을 내세운 김승권 후보와 젊음과 패기를 앞세운 김도웅 후보간 시종일관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면서 76.9%의 투표율로 전국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하게 됐다.
재.보궐선거에 있어서의 이런 최고의 투표율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 전국 평균 투표율이 25-26% 안팎인 것을 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당초 박빙의 접전이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김도웅 후보가 비교적 낙승을 거두게 된 데는 제주 특유의 '괸당 정치' 위력이 농촌지역에선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이 일개 도의원 선거에 도지사 선거를 방불하듯 중앙 유력 인사들을 대거 동원한 것이 오히려 '힘도 빽도 없는' 무소속 김도웅 후보 진영을 결집시킨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막대한 한나라당 중앙당의 지원부대가 조용한 시골마을을 누비며 지원 유세 마이크 볼륨을 너무 높게, 와이드하게 킨 것도 지역주민들로부터 반감이나 역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국회의원이나 도지사 선거도 아닌 일개 읍 마을 도의원 선거에, 정치권이 너무 심하게 개입한다는 여론이 퍼지면서 ‘힘도 빽도 없는’ 무소속 김 후보에게 막판에 동정표와 맞물려 표쏠림 현상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거대 한나라당이 일개 시골마을 도의원 선거에까지 너무 '건방지게' 개입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한나라당 제주도당에서는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제주도지사 재선거와 대선 등을 겨냥, 표선면 지역에 도의원 선거를 계기로 한나라당 기반을 구축하려고 엄청난 공을 들였지만, 지역민심은 이를 외면했다.

최근 한미 FTA 협정 타결과 관련해 제주지역이 FTA의 최대 피해지역으로 부상된 가운데 한나라당이 FTA에 찬성한 것도 농촌 주민들의 등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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