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이 무슨 인권, 모자 등 벗겨라"
실종된지 40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양지승 어린이에 대한 살해사건 현장검증은 격앙된 유족과 마을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25일 현장검증에는 피의자 송모씨(48)가 서귀포시 서귀동 1호광장 인근 소주방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것으로 시작됐다.
송씨는 흰색 마스크와 검은색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지승양이 살고 있는 빌라 인근 찻길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과수원 관리사로 유인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지승양이 살해되고 유기된 곳은 지승 양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100여m 떨어진 집 앞 과수원이었다.
이날 현장 검증에는 이웃 주민 100여 명이 참혹했던 당시 광경을 지켜봤다.
마을주민들은 피의자 송씨가 현장에 나타나자 “지승이를 살려내라”고 오열하며 분노했다.
현장 검증을 지켜 본 주민들은 “어린애를 납치하고 죽인 살인범에게 무슨 인권이냐. 모자와 마스크를 벗겨라”고 고함을 치며 피의자에게 접근을 시도, 이를 막는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지승 양 아버지 친구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양인호 씨는 “피해자 가정은 지극히 평범하고 단란했다”며 “피해자 아버지는 한 직장에서 25년을 근속할 정도로 성실한 사람인데 이런 엄청난 일을 당하다니...”라며 안타까워했다.
송씨가 묵묵히 당시 상황을 재현한 뒤 호송차량에 타려는 순간 지승 양 어머니가 송씨의 얼굴을 보이라며 호송차량을 막아서며 울부짖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민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송씨가 탄 호송차량을 떠나지 못하게 막기도 했다.
주민들은 어떻게 같은 동네에서 이 같은 끔찍한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며 현장검증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사건 개요=경찰의 사건 브리핑에 따르면 송씨가 지승 양을 만난 것은 지난달 16일로 양 어린이의 집에서 불과 200여m 떨어진 집 앞 도로였다.
이는 당초 알려진 지승 양이 실종된 장소인 집 앞이 아니라 집에서 동쪽으로 20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혼자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지승 양을 발견한 송씨는 얼굴이 예뻐 보여 순간적으로 성추행 할 생각을 가지고 “무엇을 써달라”며 자신의 주거지로 유인했다.
집에서 2시간 가량 TV를 보다가 성추행한 후 지승 양에게 “여기가 어딘 줄 아느냐”고 묻고 양 어린이가 “알아요”라고 답하자 돌려보내면 범행이 탄로 날 것으로 우려해 양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송 씨는 다음날 오전 5시께 사체를 마대에 넣고 다시 검정비닐을 이용해 두겹으로 묶어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고, 폐TV를 3중으로 쌓아 재래식화장실 옆에 유기, 은폐했다.
사체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은 경부압박성 질식사로 판명됐다.
증거관계와 관련, 경찰은 피의자 주거지 침대 옆 바닥에서 피해자 머리끈 1점, 피해자 바지 주머니에서 머리핀 2점을 발견했다. 또 침대에서 모발 20여점을 발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긴급 감정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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