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경제살리기
反 경제살리기
  • 강정만 편집국장
  • 승인 2004.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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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속담은, 선무당이 아픈 사람을 살린다고 해놓고 죽이는 꼴을 빗댄말이다. 아픈 사람을 살리기 위해 벌인 굿판이 선무당으로 하여금 사람을 살리기 보다는 죽이는 쪽으로 벌어지는 것이니 선무당에 대한 원망과 비난이 자못 클 것은 얘기 하나마나다. 생명을 소생시키거나 연장시킨다는 의미의 ‘살리기’가 그 정반대인 ‘죽이기’로 가는 현상이 자주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선무당이 놀 ‘굿판’이 없는 그나마 성숙한 사회의 반증일 터이지만, 유독 살리겠다고 이 지역 지도층이 용을 썼던 ‘제주지역 경제살리기’만은 ‘선무당의 굿판’만 요란할 뿐, 소생의 기미가 없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행정기관이 설쳐 댄지가 몇 년이 되고 여기에 덩달아 도내 어느 단체가 경제를 살리겠다고 민간단체를 망라해 달려들었지만 제주지역경제는 더 피폐해지고 가난해지고 더 초라해지고 더 위축되고 말았다.

식당주인에서부터 동네 슈퍼마켓의 아저씨, 시골의 담뱃가게 할머니 까지 “장사가 안돼 죽겠다”고 하소연한지 오래고, 도내 중소도시에서는 상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고, 농촌은 빚더미에 앉아 있음은 이미 언론이 보도한 사실들이다. 이 지역의 지도자들이 경제살리기를 밥먹듯 외친 결과가 오히려 이런 비참한 상황으로 반전 되고 있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선무당 역’에 지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언발에 오줌넣기 불과한 정책

도청에 경제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가끔 금융기관장 등 도내 유관기관의 장들을 초청해다 도청이 만든 회의자료를 돌리고 관계자가 브리핑하고, TV 등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하는 등의 행사는 어디 비길 데 없는 훌륭한 이벤트였다.

은행장들을 초청 해다 대출을 잘 해주도록 당부하고, 빚보증을 대행해주는 기관의 장을 모셔다 서민과 중소기업의 보증문제를 얘기하는 ‘제스쳐 또한 일품이었다.

그러나 은행의 문턱은 여전히 높고 서민과 중소기업은 돈을 꾸려 해도 보증이 안돼 못 꾸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뒤이어 내놓는 정책들, 이를테면 ‘공공공사 조기발주’ ‘공공근로사업 시행’ ‘지역생산품 우선 사용하기’ 등속의 것을 가지고 경제가 낳아질 것으로 생각한 사람 또한 있었을까? 도민들이 밤9시 지방뉴스에서 이를 보고 “아 이제 지역경제가 좋아 지겠구나!”며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을까?

언발에 오줌 넣기에 불과한 것을 경제살리기 정책으로 내놓는 행정기관이나, 여기에 발맞추듯 활보하는 그 단체의 행태는 꼴불견 그대로다. 요즘 APEC 유치와 정부혁신포럼 유치를 잔뜩 믿었던 도민들이,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자 정부-여당의 ‘대(對)도민 사기극’이라고 욕을 해대고 있는데, 지역경제살리기 유관기관 회의야말로 시나리오가 잘 준비된 ‘대(對)도민 쇼’였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게다.

민간대책기구 무엇을 했는지 ‘깜깜’

제주지역경제살리기 민간대책 기구는 활동실적이 전무한 간판만 남은 단체명까지 끼어 넣으면서까지 수를 불리며 만들어졌다. 이렇게 어거지로 만들어진 이 기구가 정작 지역경제살리기에 무엇을 어떻게 기여했는지 도민들은 깜깜 무소식이다. 도청이 예산을 대 무슨 성명 광고하는 데에 이름이 동원된 어느 단체의 경우 확인해보면 전화조차 안되는, 이름만 걸쳐져 있는 단체였다. 이런 식의 경제살리기였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가 없다.

이런 판국에,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대학교수들의 맞장구 또한 가관이었다. 행정기관의 용역등으로 배를 불리고 있던 대학교수들은 제주경제의 현실은 외면 한 채 행정기관의 구호에 맞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국인 카지노, 쇼핑 아우렛을 유치해야 한다”고 외침으로써 이들도 ‘쇼’ 단의 일원으로 자부 했다. 그러므로 이들에게는 지식인이라는 칭(?) 자체가 모독이다.

다 죽어가는 제주은행을 살리겠다는 주식 증좌운동도 ‘지역경제살리기’와 다름없는 ‘지역은행살리기’로 펼쳐졌음도 도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당시 도지사와 어느 단체장이 TV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의 증좌니 도민 증좌운동이니 하면서, 일반 서민들의 피와 같은 돈들을 모아 바치게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그 주식이 휴지조각이 된 이 ‘사건’은 그 서민들에겐 두고두고 악몽으로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누구는 증좌했던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떨어지기 전 약삭빠르게 빼갔다”는 소식에 접하면 “에라이 썅” 하는 욕밖에 나오질 않는다. 뒤돌아보면 도민들은 철저하게 ‘선무당’의 경제살리기에 속고 농락당하고, 마침내 비실비실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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