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범 벅
[세평시평] 범 벅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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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범벅”이란 단어가 있다. 그러나 거이 잊어버린 말이다. 또 30대~40대 사람들은 범벅을 경험(먹음) 한 적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단어자체가 잊어졌는지 모른다.

이희승의 국어대사전에 “범벅”은 ‘곡식 가루에 호박 같은 것을 석어서 풀과 같이 되게 쑨 음식’, ‘뒤 섞여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일이나 물건‘이라고 되어있다.

제주에서는 50년 대 말까지 제주사람들은 대부분 보리수확을 하기 전까지를 춘궁기(春窮期)라 하여 익지 않은 보리이삭을 잘라다 부 벼 삶아먹거나 애들은 구어 먹었고 거친 보리 가루에 땅에 묻었던 고구마나무를 굵직굵직 하게 썰어 놓아 된풀같이 쑤어 큰 낭 푼 에 산같이 퍼다 모든 식구가 모여앉아 숟갈로 떠먹었다. 밥도 아니고 죽도 아니고 풀 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이 분별력이 없는 사람을 가리켜“ 범벅 같은 사람”이라고 하였다. 요즘제주를 보면 범벅이란 단어가 딱 알맞은 것 같아 답답하고 씁쓸해진다. 우리 모두 가 범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잘나서 선량이 된 사람도, 지식인이란 사람도, 농촌에서 농사짓는 사람들도, 젊은 사람 늙은 사람 남자와 여자 할 것 없이 범벅속의 호박이나 고구마, 무같이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국제자유도시지정, 세계평화의 섬 지정, 특별자치도 지정은 대한민국에선 최초의 것으로 대단히 화려한 제도로 탄생하였다.

요즘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감귤산업이 무너져 농촌이 붕괴 될 것을 염려하는 선량들은 무조건 결사(?)반대 행렬에 나섰다.

제주도는 1960년 대 초 관광산업을 시작하였고 정부는 1965년 특정지역 제주도종합개발계획 관광개발계획을 수립 착수하였다.

이때까지 제주도농촌은 보리, 조, 고구마, 유채 등을 주산물로 하던 농업에 새로 감귤이란 황금작물이 들어서며 대변혁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제주도는 재일교포(당시명칭)의 재산반입형식으로 감귤묘목을 밀수로라도 들여오도록 격려하며 시작한 감귤산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난하여 보리범벅을 먹던 제주농촌을 우리나라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부자농촌으로 떠올라 전국적인 부러움을 샀다.

그런 제주가 지금 감귤과 관광이 몰락한다고 야단법석이다.

값싼 외국산 감귤이 자유수입 되여 감귤산업이 붕괴되고 관광객들은 제주보다 재미있는 값싼 외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란다.

값싸고 좋은 상품이 있는 곳으로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경제기본 원리이다.

사실 관광산업의 FTA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작은 예로 외국 사람들이 제주관광에서 가장 불편 한 점은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관광은 경관이 원초적 아름다움과 청정한 환경을 자원으로 스스로 몰려들어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배짱 장사를 한 셈이다.

단적인 일이 제주도가 관광 정책을 40 여 년 동안 펴면서 외국인들에게 영어나 일본어로 인사한마디 못하고 관광객들이 들어오는 국제공항과 항구에서 관광객을 태워 돈벌이하겠다는 많은 운전자들은 차에 타는 관광객에게 인사는커녕 화나 노려 보는듯한 무례한 태도로 관광객들을 불안하게하고 있지만 관광예절에 관한 전문교육기관하나 세우지 아니 하고 버티는 제주도의 관광정책이었다.

사실상 관광객을 유치한 적이 없었다고 해야 옳다. 제주의 여행사들은 대부분 다른 지역 여행사에서 모아다준 관광객들을 받아 행사하는 것이 고작이다.

감귤도 마찬가지다. 원시적 재배방식으로 열매가 달리기만하면 표 구걸 선심만을 내세워 정부나 행정당국이 감싸다보니 상품의 경쟁력은 ‘제로’상태다.

감귤산업은 끝났다고 한탄하는 가운데서도 스스로 환경농법과 품종개발, 새로운 유통판매 전략 등으로 일반농민들보다 몇 배나 높은 가격으로 호황을 누리는 농민들이 있다.

외국상품만 들어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떼쓰는 농민들이나 표만을 의식하여 그러한 농민들을 두둔하는데 맹목적으로 뛰어 다니는 선량들이 제주의 미래를 망치는 원인자가 되고 있지 않은지 자성해 보아야한다.

지금 제주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거역 할 수없는 세계의 새로운 경제 질서 속에서 제주관광산업과 감귤산업의 경쟁력을 구축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 내어 세계와 경쟁하여 이길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제주의 청정 환경은 세계적 상품을 만들 수 있는 필요하고 충분조건을 가지고 있다.

예로 제주도가 생산하는 삼다수 상품은 세계적 환경 상품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은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상 국제자유도시는 사람, 상품, 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모든 경제원칙과 정책원칙은 생산자권리보다 훨씬 많은 소비자의 편의와 권리를 더 인정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불변의 역사원칙임을 알아야한다.

제주가 범벅이 되는 일은 생산자인 우리 스스로가 배수진을 치고 막을 수밖에 없다.

신   상   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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