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들면서 제주도의 미래를 걱정케 하는 두 가지 충격적인 보도가 있었다.
그 하나는 “한라산은 휴화산이 아니라 언제라도 폭발 할 수 있는 활화산”이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가속화하고 있는 지구 온난화로 제주도 해수면이 지난 43년간 21.9 Cm나 상승 해, 이대로 가다가는 금세기 말쯤 대재앙이 올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일반도민들은 제주도를 화산 폭발의 우려가 없는 안전지대로 알고 살아 왔다. 한라산이 과거에 폭발해버린 사 화산(死火山)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계의 통설이기도 했다. 이번 제기된 일부 학자의 주장은 그게 아니다.
한라산 화산 폭발 가능성은 상존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본 학계에서도 한라산을 활화산으로 새로 규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매우 기분 나쁜 소식이다.
해수면(海水面) 급상승 소식은 그보다 몇 배 더 기분 나쁘다.
물론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각종 피해는 제주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것이지만, 해수면만은 아시아 쪽이, 그 중에서도 한반도가, 그리고 제주도가 가장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연구기관의 조사 보고다.
국립해양조사원의 관측 결과 지난 43년간 한반도의 해수면 연간 상승은 부산 0.2, 가덕도 0.3cm에 비해 제주시가 0.5, 서귀포시가 0.6cm로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결과적으로 해수면이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지난 43년간 각각 21.9cm, 25.8cm씩 높아져 전국 최고의 급상승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기후연구소장 필 존스 교수 같은 이는 21세기 후반 해수면이 4~6m 높아질 것이라 했고, 런던 국제환경개발연구소도 금세기 말 해발 고도 10m미만 지대의 주민 6억3400만 명이 해수면 상승으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2050년까지 2~3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가 하면 2100년쯤에는 5~6도 더 상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예측들이 들어맞는다면 기상학자들의 말처럼 지구는 금세기 안에 그야말로 대재앙을 피할 수 없게 될 것 같다.
홍수ㆍ가뭄ㆍ식수난ㆍ흉작ㆍ엄청난 위력의 태풍은 물론이요, 특히 빙하의 해빙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작은 섬들을 삼키고 대륙을 축소시키게 될지도 모른다.
그 중에서도 제주도의 경우가 매우 심각해질 것 같다.
한반도에서도 남으로 내려올수록 해수면이 급상승해 동ㆍ서해 안이나부산보다도 제주도 해수면 상승이 전국 최고다.
여기에다 4면이 바다인 점을 감안하면 커다란 재앙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만약 기상학자 필 존스 교수의 경고처럼 21세기 후반 해수면이 실제로 4~6m 상승한다면 제주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아무리 상상하기 싫은 재앙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허무맹랑한 공상만이 아니라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대 재앙 예측은 결코 예언서에 의한 예언도, 종교에 의한 종말론도, 혹세무민하는 도참설도 아니다. 점장이 또는 무당의 입을 통한 얘기나, 풍수ㆍ지리 설은 더욱 아니다.
적어도 현대의 기상ㆍ해양ㆍ지질학 등 21세기 최첨단 과학의 힘을 빌어 연구ㆍ조사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따라서 인류가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지 못하는 한, 규모에 차이가 있을 뿐, 재앙시대의 도래는 불가피해 보인다.
제주도는 어쩌면 다른 지구촌보다도 더 심한 해수면 상승의 피해지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것도 아득한 미래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 100년이라면 현재를 사는 우리의 손자이거나 증손자 시대다.
아주 가까이에 재앙의 시대가 다가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는 아직 대 재앙에 대비하거나 예방할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손자나 증손 시대의 문제이므로 너무 빨라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오랜 세월을 미리부터 준비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벌써 늦은 감이 있다.
한라산 화산 폭발을 포함한 연구기관은 이미 설립이 돼야 했었고, 도시계획ㆍ해양ㆍ항만ㆍ도로 건설 등엔 앞으로 반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했다. 특히 바다 매립은 절대 금해야 한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자기들만을 위해 해군기지, 한ㆍ미TA, 혁신도시 등으로 아웅다웅 다투고 있지만 정작 자기들의 손자와 증손을 위해 가장 시급한 해수면 상승문제와 한라산 화산문제에 대해서는 오불관언( 吾不關焉)이다. 손자면 아들의 아들이요, 증손이면 손자의 아들이다.
그리 멀지 않은 그들의 재앙시대를 대비해서 할아버지, 그리고 증조로서 해 줄 수 있는 일, 하지 않으면 안될 일들을 찾아 역할을 다해주어야 한다.
석학들을 초빙, 연구소를 차리고, 막대한 사업비를 준비하고, 행정적으로 재난 예방과 방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 경 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