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상한 國責事業
[사설] 이상한 國責事業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에 정부는 '뒷짐'

1

국책(國策)사업은 말 그대로 국가정책 사업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국책(國責)사업인 것이다. 특히 안보와 관련한 국책사업은 그것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의 안전 보호를 위한 사업이기에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정부가 모든 책임을 지고 직접 나서서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제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이 같은 국책사업의 기본을 망각한 ‘이상한 국책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국책사업이라 하면서도 정부가 오불관언(吾不關焉), 팔짱만 끼고 있어서다. 국가가 절대 필요한 국책사업이라면 어느 곳에, 무엇 때문에 필요하고 이의 추진과 관련한 문제점과 피해는 어떻게 보상하고 향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를 소상히 밝히고 주민을 설득해야 마땅한 일이다. 특히 군사기지 건설과 같은 민감하고 중차대한 사업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6.25 전쟁 등 안보위기 상황아래서도 아무 말이 없던 제주에, 그것도 전쟁이 끝나 반세기가 지난 평화로운 상태에서 왜 갑자기 전쟁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군사기지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 시설이 이미 기존 군사기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하필이면 제주여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 당연한 일이다.

2

그런데도 정작 정부는 아무 말이 없다. 해군 측이 나서서 막연히 국가안보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7000~8000억원에 이르는 기지 건설 공사비와 군인가족 등 유입으로 인구가 불어나 제주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장밋빛 환상만 심어주고 있을 뿐이다. 해당지역 주민들의 생업 및 재산권 행사 제약, 환경파괴, 문화충격, 생존권 문제 등 부정적 과제는 간과한 채 긍정적 효과만 선전하며 주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더구나 국책사업이라면 이미 사전 조사 등을 거쳐 입지가 선정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해군측은 지난 2002년부터 운만 떼어놓고 지금까지 여기도 긁적이고 저기도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여론을 분열시키고 지역갈등만 조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국가안보는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력증강도 필요하고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야심찬 대양해군의 프로젝트도 있어야 한다. 또 이것이 국익을 위해 절대필요하고 다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라면 어느 정도의 희생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감수해야 할 국민적 희생은 최악의 경우에 한하고 최소에 그쳐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국민의 희생을 감수해야 할 최악의 전쟁상황이란 말인가.

3

그러기에 일촉즉발의 안보적 위기상황도 아니고, 제주만이 유일한 군사기지 적지도 아닌 상태에서 그 동안 평온하게 살아온 제주의 이곳 저곳을 쑤시고 다니는 것은 아무리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전제를 깔더라도 ‘이상한 국책사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10일 “해군기지 건설여부를 여론조사 후 결정하겠다”는 김태환 지사의 도의회에서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 국책사업이라면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주민설득도 정부의 몫이다. 그런 연후에 주민투표든 여론조사든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도 국책사업의 주체인 정부는 가만히 있는데 도가 나서서 여론조사 운운하고 있다. 앞뒤가 어긋나는 일이다. 그 결과에 대해 도가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가. 그러기에 김 지사가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입장을 밝혀 줄 것을 요청한다”고 하면서 여론조사로 해군기지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더 큰 갈등과 혼란과 분열만 부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든 국무총리든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