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주감귤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데스크 칼럼] 제주감귤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 김용덕
  • 승인 2007.0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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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주도할 힘 키워야

2007년 4월 2일, 이날은 한미FTA가 타결된 날이다. 제주감귤산업이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다. 다음 날은 4․3 59주기였다. 그래서 일까. 아픔의 아픔을 낳아 더 이상 아픔도 없는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감귤이 한미FTA타결로 7년후 서서히 죽어 갈 것이라는 4․2선고일과 59년전 4․3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필이면 59년 전 이유없이 떼 죽임 당한 일과 2007년 4월 2일 감귤농사 사형선고가 모두 우리나라 정부와 미국의 간섭으로 자행된 일이어서 더 그렇다.

왜 제주사람들만 이래야 하는가. 툭하면 얘기하는 전국의 1% 밖에 안되는 도세(道勢) 때문인가. 그 1%는 전체를 위해서 희생돼야 하는가. 그러나 99%는 1% 없이 절대 100%가 될 수없다. 99%를 견인차하는 1%의 힘이 그래서 필요하다.

어제(9일) 제주경실련에서 성명을 통해 강조한 협상전문가 양성은 시대의 요구다. 이 요구를 간과해선 안될 일이다. 무작정 당해야 했던 59년 전으로 돌아가선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제주사람에게 감귤은 무엇인가. 삶이다. 역정이다. 그리고 대학나무였다. 척박한 땅에서 특산물로 키워낸 산물이었다. 이 감귤로 자식들 대학 보내고 살림을 꾸려나갔다. 때문에 감귤은 제주의 생명산업인 것이다. 관광산업 이전 제주의 대들보이자 지금은 양대산업의 한 축이다. 이 축을 지탱하기 위해서라도 99%를 주도할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그 힘은 바로 제주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풀어야 할 숙제

누군가 그랬다. 한 농민이 한미FTA가 타결되자 이를 없던 일로 하지 않을 경우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농(弄)일까. 그러나 농이라고 하기에는 심각성이 묻어 있다. 한마디로 농담유골(弄談有骨)이다. 현실적 아픔이 한(恨)으로 맺히면 민란은 생긴다. 이는 사실(史實)이다. 이재수난이 그랬고 방성칠난이 그랬다.

배고픔을 참다 참다 못참게 되면 도적질을 하게 된다. 도적이 하나 둘 모이면 산적이 되고 여기에 명분이 생기면 바로 민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 한미FTA타결로 미래의 배고픔을 걱정하는 감귤농가들이 많다. 그들의 긴 한숨에 배어있는 현실의 아픔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이 아픔을 외면하면 우리는 미래의 민란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 혹 우려일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제주도의 양대산업의 하나인 감귤산업과 축산업, 밭작물 등 농사의 근본이 머잖은 장래에 몰락할 것이라는 예견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제주언론은 이를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앙언론과 도시민들은 강 건너 불구경식이다. 전체를 보지 못하는 시각차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숲을 이루는 나무가 없으면 그 숲은 더 이상 숲이 아니다. 숲을 이루는 나무가 도시민과 농민으로 대별된다면 상처받은 농민의 나무는 치료받아야 한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자생력과 환경조성, 이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지금부터 준비하자

옛 우화 하나하자. 한 나그네가 길을 가고 있었다. 마침 빈 길마를 멘 소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나그네는 같은 방향이면 타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에 올라탄 나그네는 아주 흡족했다. 한참 가던 나그네는 기왕이면 천천히 걷는 것보다 달리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발뒤꿈치로 소의 배를 걷어찼다. 그러자 소가 달렸고 나그네는 이왕이면 더 빠르게 뛰게 하고픈 생각에 소의 배를 더 힘껏 찼다. 나그네는 미친 듯 뛰어가는 소의 등에서 결국 떨어져 팔 다리 부러진 병신이 됐다는 얘기다.

이 같은 우화는 지금도 벌어진다. 위 아래로 자동움직이는 컨베이어에서 걸어가고 뛰는 사람은 예외없이 한국인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는 것이 좋을지 몰라도 공부도 빨리하고 밥도 빨리 먹는 한국인의 습성은 분명 소를 빨리 몰다가 소의 등에서 떨어져 팔다리가 부러지는 불상사를 당하기 쉽다.

이미 한미FTA는 타결됐다. 이제 체결해 시행하는 일만 남았다. 거대한 미국을 상대로 경쟁하는 시대의 막은 사실상 올랐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모두 다 죽는 것은 아니다. 준비된 자에게는 새 삶이 보인다고 했다.

감귤이 한미FTA타결로 피해본다고 지금 얘기하는 정부의 정책적 손실보전은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우리 스스로 새로운 대학나무를 만드는 고육책이 필요하다. 남보다 앞서 달리는 것도 좋다. 그러나 옛 우화를 범하진 말자. 준비는 지금부터다.

김   용   덕
편집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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