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당국의 감귤 감산시책에 호응, 많은 감귤농가들이 감귤원을 폐원했지만 정작 그 농지에 심을 마땅한 작물 등을 찾지 못해 놀리는 땅이 수두룩하다. 감귤 감산을 위한 제주도 농정 시책으로 인해 남겨진 부작용이다. 제주시 지역만해도 전체 폐원지의 30% 가까이에 이르고 면적상으로는 200만평을 넘는다.
결국 감귤 적정생산이라는 눈 앞의 과제에 급급해 농정 전반의 발전 방향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제주도 농업정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확인 결과 제주시 지역내 감귤원 폐원면적은 지난 1997년부터 2005년까지 9년간 2580㏊(6529농가)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주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감귤원 폐원 농지 가운데 732㏊(219만6000평)가 휴경 상태 등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감귤원 폐원지의 28.4%에 이르는 면적이고 무려 2007농가가 이로 인해 여러가지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폐원 후 농지를 놀리는 것은 감귤을 대체할 마땅한 작목을 찾기 어려운데다 다른 용도로도 활용할 이렇다 할 방안도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아직까지 도 전체 폐원으로 인한 휴경지 면적을 조사해 본 일도 없고 휴경지(노는 땅) 면적을 조사할 의도조차 가져본 일 이 없다. 도의 감귤감산에 따른 폐원 등의 시책을 적극 몰아붙인 후 폐원후의 시책엔 ‘나몰라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제주도를 비롯한 농정당국이 감귤 적정 생산의 일환으로 폐원시책을 추진하면서 사후 활용방안에 대한 대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당시 당장 발등의 불인 감귤 감산에만 집착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다.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김 모씨(55)는 2002년 3월 2500여평의 감귤원을 폐원한 후에 그 당시 비교적 유망작물로 평가받는 탐라 오가피를 심었다. 농업당국도 향후 탐라오가피가 비교적 유망작물 가능성으로 떠오르고 있어 이를 추천했다. 하지만 김씨는 5년이 지난 아직까지 단 한번도 오가피를 팔아본 일 이 없다. 판로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오가피 밭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실망한 김씨가 아예 지난해 4월부터 오가피 재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신이 폐원한 이후 폐원에 동참하지 않은 이웃들이 2003년 이후 노지감귤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바람에 짭짤한 수익을 본 동네 감귤밭을 보며 폐원한 것을 후회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제주시지역내 감귤원 폐원 부지를 다른 농작물 재배에 활용하고 있는 면적은 일반작물이 31㏊로 가장 많고, 특용작물 447㏊, 채소 389㏊, 축산 135㏊, 감자 15㏊, 과수 69㏊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