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寶石)은 단단하고 빛깔과 광택이 아름다우며, 투명도와 내구성(耐久性)이 강한 비금속 광물이다. 같은 종류라 하더라도 장식품이 될 만한 값어치가 있어야 하고, 더욱이 희귀(稀貴)한 것이어야 한다. 다이아몬드(금강석), 에메랄드, 사파이어, 루비 등이 이에 속한다. 다만 진주와 산호는 광물이 아니면서도 넓게 보아 보석류에 포함된다.
보석에 관해 문외한인 사람이 서두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우리 고장 제주도가 ‘대한민국 속의 보석’임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이다. 제주도를 흔히 ‘삼다 삼무의 섬’ ‘신비의 섬’이라고들 한다. 이에 더하여 ‘삼보(三寶)의 섬’이라고도 부른다. 정부에 의해 평화의 섬으로 지정 선포된 이후로는 ‘평화의 섬 제주’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정착돼가고 있다.
이 모든 명칭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제주도가 여타 지방과는 다른, 그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기 까닭이 아니겠는가. 굳이 설명하자면, 제주도가 바로 우리나라의 보배요, 보물이라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라 하겠다. 보석처럼 귀하고 소중한 지역임을 나타내는 별칭들인 것이다.
요즘 군사기지문제가 심각하다. 평화로워야 할 평화의 섬이 시끌벅적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특별자치도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면서 고도의 자치권과 지방분권을 보장받는 자치체(自治體)’의 설치요, 다른 하나는 ‘국제자유도시’의 조성이다. 여기에는 제주도민의 자율과 책임 그리고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답(答)은 자명하다. 특별자치도의 설치목적에 따라, 지역적ㆍ역사적ㆍ인문적 특성을 살리면서 국제자유도시를 건설하면 되는 것이다. 제주도를 보석다운 보석으로 가꾸어 나가자는 뜻이다.
보석이 참 보석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 첫째로 빛깔이나 광택이 아름다워야 하고, 둘째로 경도(硬度)가 높아 열에 잘 견뎌야 하며, 셋째로 변질·변색되지 않고 미려(美麗)함을 오래 지닐 수 있어야 한다. 넷째로 산출량(産出量)이 적어야 한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보석의 요건을 두루 지니고 있다. 천혜의 아름다운 경관과 맑은 공기, 깨끗한 먹는 샘물 지하수가 있다.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시아와 환(環)태평양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광택(光澤)이 있다. 한수 이남의 최고봉인 한라산이 있고, 수천종의 진귀한 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독특한 언어와 풍습, 후한 인심이 남아 있다. 보전(保全)과 개발의 조화를 도모하기만 한다면 오래도록 변질 변색되지 아니하고, 무한히 뻗어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해군기지가 아닌 ‘관광 미항’ ‘자유 무역항’ ‘어업 전진항’으로 추진돼야 마땅하다. 국제자유도시와 평화의 섬에 걸맞아야 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중대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국가안보’가 그것이다.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힘없는 평화’는 존재할 수 없음에서이다. 그러나 안보에 관한 한, 제주도민의 의식은 투철하다. 북한의 6?5불법남침으로 조국이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당시, 이곳 제주의 청년들은 너도 나도 전선으로 뛰쳐나가 용감하게 싸웠다. 인천상륙작전과 수도서울탈환작전 등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우며 대한민국을 구(救)한 사람들이 제주인이다.
안보에는 물론 군사안보가 가장 중요하지만, 경제안보·사회안보·식량안보·환경안보 등도 필요하다. 인재를 쓸 때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을 곧잘 인용한다. ‘사방(四方) 사면(四面)이 완전히 노출되어 있는 고도(孤島) 제주도가, 전략적 차원에서 대규모 군사기지로 과연 적지적소(適地適所)’인지, 숙고(熟考)하여야 한다. 보석은 오직 보석으로 가공하여야만, 진짜 보석이 되는 것이다.
이 용 길
전 제주산업정보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