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연이은 스포츠 승전보로 인해 한국인임이 자랑스럽고 순간이나마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행복감에 젖어 보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미터에서 골인지점 50미터를 앞두고 대한의 건아 박태환은 막판 힘찬 스퍼트로 앞선 주자 세 선수 모두 추월하는 대 역전극을 펼쳐 금메달을 일궈냈다.
대한민국 유사 이래 세계대회 수영부문에서 단 한번도 메달권에 진입했던 기록이 없었는데 단번에 기록을 세웠으며, 동양인으로서도 맨 처음 이룬 쾌거였다.
수영 외에도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김연아 선수,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이강석, 운동선수로는 노년이라 할 수 있는 불혹에 가까운 3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계제일의 건각들과 겨루어 막판역전 우승을 차지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등은 실의에 빠진 민족의 심장에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렸다.
몇 년 전만해도 국제대회에 출전한 스포츠 선수들이 입상했을 때 인터뷰 모습은 눈물을 흘리면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죽기 살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단골 메뉴였다.
이들은 매스컴 덕택에 국민의 동정을 사서 구호물자와 성금답지가 이어지고 기업체 등에서 후원해 준 결과 하루아침에 중산층 반열에 오르게 된다. 사실 당시에는 배고파서 운동을 택한 젊은이 들이 많이 있었다.
찢어지게 가난해서 먹고 살기 힘들어 두들겨 맞는 것이 직업인 헝그리 복서가 되었다.
달리기 선수도 마찬가지여서 86서울아시안게임에서 중장거리 3관왕에 오른 임춘애 선수는 자그마한 키에 깡마른 체구여서 키 큰 선수들과 겨루려면 남이 두 걸음 내딛으면 세 걸음 내딛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죽기 살기로 내달려 결승선에 1위로 골인! TV를 지켜보는 국민들을 열광시켜 놓았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운동선수의 활약이 오늘날 프로스포츠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의 스포츠 스타와 견줄 적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스타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 진다’고 한다.
프로스포츠 선수가 각광받는 요즘은 경제적 뒷받침 없이 스포츠 스타를 만들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천부적인 소질과 능력은 기본조건이며 세계적인 선수의 반열에 올려놓기까지 트레이너와 코치, 체력관리사 도움아래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훈련으로 전력투구해야 한다.
또한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 아래 적극적인 후원을 펼쳐도 본인이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뼈를 깎는 고통속의 꾸준한 노력이 따라야 하는데 정신적 무장이 되어 있지 않으면 중도에 쉽게 포기하기 마련이다.
무수한 고난과 역경, 좌절을 맛보지 않고서는 스타로써 자라나지 못한다.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극기력만이 세계 최강자의 자리에 오르게 한다. 성실과 열정으로 일궈낸 값진 정신적 승리의 훈장이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해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영웅이라고 한다.
영웅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백성을 희생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여 백성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어느 40대 실직가장은 자포자기로 심리적 페닉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봉달이(이봉주)의 레이스를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았다고 한다.
우리 국민들은 금빛 물살을 힘차게 가르는 박태환의 팔에서, 세계인을 매혹시킨 김연아의 황홀한 연기에서, 세계기록을 갈아 치운 이강석의 스케이트 칼날에서 대한민국의 저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 이제는 정치판을 바꾸고 교육관도 확 뜯어 고쳐야 할 때이다.
하루속히 희망을 일구는 정치를 펼치고 애국적 가치관과 도덕적 바탕위에 탁월한 능력인을 길러내는 수월성을 재고한 교육으로 탈바꿈시켜야 할 때이다.
비생산적인 3불 정책으로 인해 다방면에서 걸출한 스타탄생의 길을 막아버리고 있다. 정부정책의 실패와 미온적 대응으로 우리사회가 뚜렷한 방향키를 잡지 못하는 사이에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우수 전문 인력이 사라져버려 공장 문을 닫고 외국행 짐을 싸는 회사가 늘어만 간다.
국가경제의 총체적위기 속에서 실의에 빠진 국민을 외면하고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백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소인배 정치꾼이 활개 치는 정치판을 갈아엎어야 대한민국이 바로설 수 있다.
자신을 녹여 국민의 가슴속에 희망의 불씨를 지필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강 선 종
기획실장/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