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귤 산업에 "사형선고"
[사설] 감귤 산업에 "사형선고"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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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FTA협상 타결…정부가 제주 농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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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농민들의 목숨걸고 매달려 지키려던 ‘감귤 빗장’이 허물어져 버렸다.

감귤 농민은 물론, 감자 마늘 등 밭작물에 의존하던 농민, 소 돼지를 치는 양축농가도 함께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엊그제까지(3월29일)만해도 쌀과 함께 감귤을 지키겠다고 큰소리치던 농림부 장관의 말은 허공에 내지른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2일 타결된 한ㆍ미 FTA 협정은 그래서 ‘농업붕괴 협상’이며 제주농민들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미국산 오렌지에 대한 계절관세가 부과되고 수입쿼터량을 확대한다는 농업분야 협상은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옹’식이다. 제주감귤을 야금야금 먹어치우다가 종국에는 제주감귤 산업을 초토화시키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계절관세’라는 미약을 주사한 후 제주 감귤산업을 통째로 붕괴시키겠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섬유를 팔아먹기 위해 제주의 생명산업을 죽이는 것이 국가의 경제적 수지타산에 따른 것이라 해도 제주농업과 제주도민을 죽이고 달러만 벌어들이면 그만 이라는 식의 국가경영은 국가가 자행하는 ‘홀로코스트’나 다름없다.

정부가 제주도민을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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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가 철폐되는 미국산 오렌지 개방은 제주 감귤 피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감귤과 함께 감자나 마늘 등 여타 밭작물에도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감귤 농업 등을 보호하기 위해 오렌지 ‘계절관세 부과’로 협상을 끌어냈다”는 정부의 생색내기를 수긍하는 농민은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노지 온주가 출하되는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5개월간은 오렌지 류에 대한 관세를 매기고 그 외 기간에는 관세를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제주감귤의 작부체계를 몰라서 내린 처사다. 현재 제주감귤의 생산과 유통 체계는 연중체계다. 비가림 극조생 감귤이나 만감류, 한라봉 등 가온시설 감귤 등이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 생산되고 출하되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이번 타결된 오렌지 ‘계절관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반발농민을 어루고 달래기 위한 술수나 다름없다. ‘농민을 울리고 엿먹이는 식’의 면피용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오렌지 ‘계절관세’는 제주 감귤만이 아니고 여타 밭작물의 작부체계를 완전히 고사 시키는 독초와 같다하겠다. 감귤산업이 무너지면 제주 땅에서 무엇을 갈아먹고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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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쌀을 들여와 밥 지어먹고 미국산 쇠고기나 돼지고기로 조상 차례 상을 차리며, 미국산 감자나 외국산 마늘로 전을 지지거나 김치를 담가 먹어야 하는 현실이 된다면 우리 농업은 ‘미국의 농업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목숨을 건 농민들의 한ㆍ미 FTA 반대 운동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혹여 “값싼 쌀과 쇠ㆍ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어 좋지 않느냐”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때문에 한국에서 쌀이 생산되지 않고 양축농이 없어질 경우, 이때를 노리던 미국이 쌀값이나 쇠ㆍ돼지고기 값을 마음대로 인상한다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미국의 ‘농업 식민지’ 이야기는 그래서 장난이야기가 될 수 없다. 그러기에 다른 품목의 FTA 협상이나 타결은 국제 경제 블록화 추세에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농업부문 만큼은 ‘농업 안보’와 ‘국민 생존’ 차원에서 지키고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농업 부문 타결에 농민들이 가슴을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국익도 중요하다. 그러나 나라의 바탕인 농민 생존권은 더 중요하고 절박하다. 그것이 정부가 책임져야 할 최후의 보류며 가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

이에 대한 국회 비준이 어떻게 될지,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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