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행정과 협상
자치행정과 협상
  • 제주타임스
  • 승인 200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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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업정보대학장  이   용   길

 자치행정에서는 그 특질 중의 하나로 ‘대화행정’을 꼽는다. 중앙행정도 별로 차이는 없지만, 특히 지방행정의 경우 주민과 신뢰관계를 유지해야한다는 점에서 대화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것이다. 행정과 주민사이에 ‘믿음’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지방의 정책을 결정·집행해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비단 행정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매우 값진 일이다. 더욱이 자기 고장의 일을 지역주민 스스로가 처리해야하는 지방자치에 있어서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고 하겠다.

 대화(對話)는 ‘서로 주고받는 말’이다. 대화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방식이고, 의사전달의 통로이다. 따라서 대화는 남의 말을 듣는 일과, 내가 하는 말에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주기만 하고 받음이 없거나, 받기만 하고 주는 일이 없는 대화는 이미 대화가 아니다. 대화는 서로의 입장을 긍정하든지 부정하든지 간에, 양자가 대등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이 진정한 대화인 것이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되고 1995년부터는 자치단체장의 주민직선제가 시행되면서, 이제 지방자치는 뗄래 야 뗄 수 없는 우리 생활의 일부로 정착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민주주의가 원래 시끄럽고 복잡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립과 충돌이 오래 계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무조건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하거나, 또 반대를 무릅쓰고 억지로 강행하려 해서도 아니 된다. 모든 것을 대화로 풀어 나가려 해야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次善)을 택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긴요한 것이 ‘협상능력’이다. 우리가 속해 있는 조직이나 사회의 분쟁·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폭력과 억압을 동원할 수도 있고 설득과 양보의 차원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이해(利害)관계나 분쟁을 처리하는 수단으로, 협상이 매우 유력하게 부각되고 있다.

 협상(協商)은 이해 당사자들이 충돌이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대화라는 방법으로 공동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협상은 어느 한쪽만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득(得)을 보고 쌍방 모두 승리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협상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주로 정치에서 막후교섭이나 밀실흥정에 의해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관행으로 악용돼 왔기 까닭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협상이 하나의 학문인 ‘협상학’으로 발전할 정도이다. 바야흐로 타협을 통하여 평화적이고 정당하게 갈등을 해소하려는 ‘협상의 시대’가 도래(到來)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협상은 일정한 윤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윤리(倫理)는 사회생활에서 인간이 따라야 할 행위기준을 뜻한다. 아무리 자신과 집단을 위해 협상에 임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윤리는 준수돼야 하며, 이것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얘기를 흔히 듣는다. 주먹과 억지가 통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성숙된 민주시민으로서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자치행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편향된 주장이나 불도저 식 행정은 자제돼야 한다. 최근의 ‘제주도 행정계층구조 개편’ 문제 만해도 그렇다. 행정이 ‘목소리 큰 쪽’의 주장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아니 된다. 대화와 협상이 중요하고, 주민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존중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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