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홍근이 맞느냐…"
"내 아들 홍근이 맞느냐…"
  • 진기철
  • 승인 200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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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남ㆍ북 이산가족화상상봉, 55년간의 기다림…2시간의 짧은 만남

"내 아들 홍근이 맞느냐"..."미안하다는 말 밖에 달리 할말이 없구나"

55년전 북에 부인과 2명의 아들 그리고 딸을 남겨두고 온 이용숙 할아버지(97.서귀포시)가 화상으로 나마 꿈에도 잊지 못했던 아들을 만났다.

28일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에 마련된 제5차 남북이산가족화상상봉장. 이용숙 할아버지는 환갑을 훌쩍 넘어버린 7살이었던 막내아들에게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날 화상상봉장에는 막내아들 홍근씨(62)와 외손녀 김영숙씨(50)가 나왔다.

이용숙 할아버지는 '저를 알아보겠습니까'라며 절을 올리는 홍근씨에게 "모르겠구나. 내가 니 아비다. 정말 미안하구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곧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가족을 두고 떠났다는 이 할아버지.

하지만 55년만에 막내 아들을 만날 수 있었고 아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자신과 같이 굵은 주름이 져 있었다.

북에 두고 온 아내가 '전쟁(6.25)때 탈이 나 1955년에 돌아 가신 뒤 누나가 아버지와 어머니 구실을 했다'는 홍근씨의 말을 전해 들은데 이어 딸 은실씨, 큰아들 동근씨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말에 회한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동안 아버지 모시느라 고생하셨는데, 통일이 되면 아버지를 제가 모시겠습니다"라며 남측의 어머니를 위로하는 홍근씨에게 이 할아버지는 "내 나이가 다 된 나이라 기대할 수도 기다릴 수가 없구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홍근씨는 "꼭 만나야 합니다. 아직 정정하신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냐"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애써 아버지를 위로했다.

홍근씨는 이어 "오늘 삼촌이 나오기로 한 것 같은데 왜 나오지 않았느냐"며 다른 식구들의 안부를 묻자 이 할아버지는 "이번 만남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이 빗나간것 같다"며 다른 가족들을 데리고 오지 못한데 미안해 했다.

외손녀 영숙씨는 "이렇게 할아버지를 만나다니 정말 꿈만 같다"며 "할아버지를 뵈니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다. 어머니가 살아계셔서 할아버지를 만났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서로간의 안부를 묻고 용서를 빌며 회한의 눈물을 흘린시간은 단 2시간.

남.북의 가족들은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통일돼서 꼭 만나자'는 기약없는 약속을 하며 북받쳐오르는 설움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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