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대통령' 꿈만은 아니다
# 1 ‘제주출신 대통령 탄생’ ‘OOO후보 대통령 당선 유력’ ‘제17대 대통령에 OOO씨’ 2007년 12월19일 오후 6시, 제17대 대통령 선거 투표시간 마감과 함께 각 방송과 인터넷 매체에서는 대통령 당선 예상자에 대한 정보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언론사별 자체 출구조사 결과 모든 매체가 대통령 당선 유력자로 OOO후보를 꼽은 것이다. OOO후보는 제주출신이다. 그렇지 않아도 각 정당 후보들이 결정되면서 제주출신 대통령 탄생을 확신하는 국민들이 다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력 여겲?대통령 후보 두 사람이 모두 제주출신이기 때문이었다. 범여권 후보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나 한나라당 후보인 원희룡 의원은 둘 다 자랑스런 제주출신이다. 그러니 제주출신 대통령은 ‘따 놓은 당상(堂上)’이 아니었겠는가. 이미 그들은 ‘금빛 열매(金實)이었으며, ‘기쁜 용(喜龍)’이었다.
여ㆍ야 후보 '강금실과 원희룡'
# 2 강 전 장관과 원 의원의 여겲?대통령 후보 결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누구도 예상 못했던 정치적 사건이었다. 3월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가 바닥권을 헤매던 이들이 어떻게 지지도 20~40%대의 유력 주자들을 뒤엎고 여야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까. 협잡과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더러운 정치 놀음에 식상한 국민들이 청정 이미지의 두 사람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해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2파전 구도를 깨고 당 후보 접합도 3위였던 원희룡 의원이 박빙의 역전 승리를 한것도 정치 혐오증에 의한 국민적 반기(叛旗)나 다름없었다. 열세후보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언더도그 효과(underdog effect)라해도 그렇다. 범여권 후보로 강금실 전 장관을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다. 구태정치를 배격하고 즐거운 정치, 깨끗한 정치, 감동의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 역시 저질 정치현실에 대한 국민적 반기였다.
적개심 판치는 저질 정치 심판
# 3 ‘제주출신 대통령 탄생’ 시나리오는 어느 몽상가의 헛된 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충청도니 경상도니 전라도니 하면서 지역주의에 기댄 ‘대통령 타령’에 귀가 간지러워 “제주에도 이처럼 훌륭한 대통령 감이 있다”고 뽐내고 싶었던 것이다. 거제도에서도, 하의도에서도 대통령이 나왔는데 나라에서 제일 큰 섬, 제주도에서 대통령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런 상상을 통해 3쾌(유쾌겾奫?상쾌)한 기분을 맛보고 싶었던 것이다. 또 있다. 정치라는 게 국리민복을 위해 정책과 비전 경쟁이 되어야 하는데 증오심과 적개심만 판치는 최근의 정치현실을 꼬집고 싶어서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적 완승주의에 경고음을 보내기 위함이다. 치고 단죄하는 증오의 정치, 편가르기로 갈등만 키우는 분열의 정치가 얼마나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었는지는 지난 4년간 뼈저리게 느껴온 터다. ‘참여정부 학습 효과’다. 그만큼 차기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국민적 자각은 엄중해야 할 것이다. ‘제주출신 대통령 탄생’이라는 생뚱 맞은 시나리오도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한심한 정치에 심어보자는 마음에서다. 2007년 12월 19일의 국민적 선택에 나라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