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칼럼] 3不정책이 교육 망쳤다?
[김광호 칼럼] 3不정책이 교육 망쳤다?
  • 김광호
  • 승인 2007.0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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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한국교육 제대로 봤나

대입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한 ‘3不정책’이 교육을 망쳤다고 야단이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대학 경쟁력이 전적으로 이 것 때문에 떨어졌고, 대학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은 억지다. 어느 사립대 총장은 “꼭 이것을 폐지해야 한국이 살 수 있다”고까지 했다. 전국 158개 사립대총장협의회장인 그가 지난 22일 회장단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한 말이므로 대부분 사립대 총장의 뜻으로 해석해도 될 것 같다. 이 보다 하루 앞서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도 “3不정책이 대학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방해하는 암초같은 존재”라며 “학생 선발권은 대학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학의 3不정책 폐지 목소리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고등교육보고서’를 통해 “3不정책이 대학의 본질적 자율권을 명백히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더 높아지고 있다. 이들 대학에 힘을 실어 준 셈이다. 그러나 OECD가 잘 모르는 게 있다. 한국의 교육환경은 다른 나라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특수하다. 미국겳뎠퉩프랑스 등 공교육이 정착된 대부분 OECD 국가들과 다른 교육문화를 갖고 있다. 바로, 사교육이 공교육을 망치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3不정책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시하기 전에 망국적인 사교육 문제부터 거론했어야 옳다.

사교육비가 더 문제다

지금 사교육은 갈 데까지 가고 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나라다. 학교에 갔다 오자마자 학원으로 달려가는 초.중학생이 넘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고등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방학생들이 유명 학원 수강 또는 고액 개인 과외로 무장한 서울 고교생들을 따라 가는 것은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는 격이다. 이미 경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교육 현장에까지 뻗쳤다. 머리가 아니라 돈이 실력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가난해도 열심히 공부하면 명문 대학에 가는 것은 옛말이 되고 있다. 하긴 3不정책도 이러한 사교육의 병폐를 치유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방법이라도 있었기에 공교육이 덜 타격을 입었다. 특히 고교등급제 금지가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측면은 상당 부분 인정돼야 한다. 규제가 없었다면 초.중학교는 너나 없이 상위 등급 고교 진학을 위한 입시 교육장이 됐고, 사교육의 열풍도 지금보다 더 극심했을 것이다. 심지어 자녀들을 서울지역 상위그룹 고교에 유학보내려는 지방 학부모들도 적잖았을 것이다. 사교육비 과다투자의 병폐를 도려내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사실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이다. 급격한 여성의 사회 진출과 늦은 결혼, 핵가족화로 인한 자녀 양육 문제도 출산을 망설이게 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사교육비 부담에 있다. 한국 여성의 출산율은 1.23%로 세계 최하위다. 미국 2.04%, 프랑스 1.87%, 영국 1.66%, 일본 1.33%, 독일 1.32% 보다도 낮다. 이들 나라 여성들의 자녀 양육 여건도 우리와 유사하다. 그러나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은 없다. 우선 공교육부터 확실히 정착시키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 학원에 보내지 않고 학교 공부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교육여건 조성이 더 시급한 일이다. 저출산이 국가경쟁력에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이란 점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래도 본고사만은 허용해야

혹시 사립대 총장들의 3不정책 폐지 속셈이 젯밥 때문은 아닐까. 진짜 원하는 것은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폐지보다 기여입학제일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이 기여입학제이지 돈으로 합격증을 팔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학들은 기여입학금으로 장학금을 늘리겠다지만, 재정난부터 해결하려 할 게 뻔하다. 실천 가능성이 희박한 뻔한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국민은 없다. 미국의 기여입학제를 얘기하지만, 이 것보다는 재벌 등의 사회 환원 차원의 기부금 의존도가 더 높다. 우리 대학들도 기부금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미 상당수 대학들이 대학발전기금을 모금하고 있고, 대학마다 상당한 기금을 비축해 놓고 있다. 빌 게이츠식 기부문화를 도입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다만, 3不정책 중에 대입 본고사만은 허용해도 좋다. 세계적인 대학이 안 되는 이유는 빈약한 재정때문에 시설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고, 우수한 교수진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때문이다. 대학 총장들 주장대로 본고사 금지로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대학별 본고사는 세계 대학들의 보편적인 입시 방법이며,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대학의 우수 인재 배출은 필요하다. 정부도 대학 입시정책에 대해서만은 손을 떼 자율권을 보장해 줄 생각을 해야 한다. 이것 저것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니까‘교육인적자원부까지 폐지하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 학부모와 국민들의 생각도‘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는 계속 금지하되, 대입 본고사만은 허용을 검토하라’는 쪽일 것이다.

김   광   호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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