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분열은 이제 그만. 이제는 사회가 좀 조용해 졌으면....”
17대 총선 투표일인 15일 투표를 마친 제주도민들은 한결같이 선거를 치르면서 그 어느때 보다 갈가리 찢어진 도민들 간 갈등과 분열의 골이 한시바삐 치유되기를 기대했다.
비교적 쾌청한 날씨 속에 투표가 진행된 이날 도민들은 온 종일 총선 관련 소식을 시시각각 전하는 방송에 눈과 귀를 고정시킨 채 나름대로 이번 총선결과가 우리나라 정치 및 제주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전망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도민들은 정치권에 대해서는 대통령 탄핵심판을 비롯해 그동안 우리 사회가 극명하게 드러낸 보혁 및 세대간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던 정치권의 사회조정기능을 17대 국회가 다시 복원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정치 갈등이 세대·연령 갈등으로 번지며 안방까지 파고드는 ‘분열의 사회’를 경험한 도민들은 편 가르기가 중단되고 민생안정이 이뤄지는 새로운 정치를 강력히 소망했다.
선관위와 경찰은 이날 총선이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마무리되자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명기씨(27.제주대 영문과 4년)는 “16대 국회에서 너무 많은 실망을 국민들에게 초래한 만큼 17대 국회에는 기대도 크고 희망도 크다”면서 “17대 국회에서 깨끗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우선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제주지역의 경우 이제야 4.3에 대한 사실적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17대 국회가 들어선 이후에는 억울한 4.3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식씨(중문농협 조합장)는 “이번 총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들이 감귤을 살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만큼 당선자들은 감귤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한.일 FTA(자유무역협정)체결에 따른 후속대책 마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영숙씨(43.주부.제주시 이도2동)는 “당선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많은 대책들을 모두 해결하려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인 만큼 실현 가능한 공약들을 선별, 우선순위에 따라 실천해야 한다”면서 “특히 서민들이 ‘있는 사람’들에 비해 차별받은 현상이 더 이상 우리사회에서 재연되지 않기를 기대 한다”고 말했다.
강성수씨(60.농업.서귀포시 중문동)는 “지금 농촌은 말 그대로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면서 “농가부채 해결 등 농민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는 한편 농촌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학수씨(45.공무원) “이번에 제주지역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 모두가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을 적극적으로 공약한 만큼 국회 입법 활동 등을 통해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의정활동을 펼치기를 기대한다”면서 “아울러 당선자들은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후보자 및 유권자들간 갈등 해소에도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조용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지씨(29.여.교사)는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입시위주의 교육에 대한 개선과 함께 학교 환경을 개선, 교사도 학생도 행복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기대 한다”면서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 등 문화공간 확충과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풍토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온갖 정쟁으로 얼룩진 채 깊을 대로 깊어진 갈등과 반목의 후유증을 어둠속에 흘려 보내고 화해와 상생이라는 새로운 정치사를 기약하며 제주의 새로운 하루가 밝았다.
[총선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