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9일 밝힌 제주개발공사에 대한 감사결과는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도 감사관실은 이날 감사결과를 밝히면서 먹는 샘물 제주삼다수 독점판매와 감귤가공공장의 정상운영 기틀 마련이라는 긍정평가는 내렸다.
문제는 내부감사 기능의 부재로 통제기능이 미약,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이 밝혀진데다 주주총회의 부재로 유동자산에 대한 주인의식이 결여,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내부감사기능 폐쇄 및 주주총회 부재의 문제점
제주개발공사는 자체 정관에 따라 비상임 감사를 두게 돼 있다. 비상임 감사는 공사의 업무와 회계를 감사하고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거나 보고토록 하고 있다.
개발공사는 그러나 외부감사제도인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만 실시, 비상임감사가 업무 및 회계감사를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감사결과 밝혀졌다.
개발공사 설립초기만 하더라도 제주도만 출자, 주주총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도와 시군 등의 공동 출자, 정관규정에 따라 당연히 주주총회를 소집, 정관개정과 예산 결산 승인 및 손익금 처리 등 공사의 주요 사항을 주주총회없이 이사회에서 모든 것을 제멋대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와 4개 시군은 주주로서의 지위를 단 한번도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비상임 감사체제하에서의 감사기능을 보강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과 함께 주주총회는 상위법령을 검토, 현실에 맞는 정관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방만한 조직확대
개발공사는 편법적인 방법을 통해 조직을 방만하게 확장, 이 과정에서 특정 직책에 낙하산 식 인사를 통해 특정인을 앉히는 등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에서조차 상당한 반발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공사는 한국자치경영평가원에서 조직진단을 의뢰 받아 연구방법을 객관적이고 합리적 방법을 사용해야 함에도 이를 무시했다.
개발공사는 그러나 2003년 4월 공사 직원을 통한 면접조사와 설문조사를 근거로 필요인력을 산출, 57명의 정원을 93명으로 36명(63%) 더 늘렸다.
왜 증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조사 없이 직원들에게 ‘몇 명이 더 필요한지’를 설문으로 조사하는 등 부실한 조직진단을 거쳐 정원을 확장한 것이다.
한마디로 일반 사기업은 물론 공기업에서조차 할 수 없는, 그리고 해서는 안될 조직운영을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비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확대한 것이다.
개발공사는 여기에다 인력을 증원한지 불과 1년도 안돼 신규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하게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예비정원제’를 도입, 정원을 153명(기존 정원 93명 + 예비정원 60명)으로 늘린 후 이를 근거로 상임이사 한 명을 추가로 선임하는 편법도 저질렀다.
이는 행정자치부의 공기업 운영지침상 ‘정원 150명 이상이면 상임이사 1명을 추가로 선임할 수 있다’는 규정을 교묘히 악용한 것이다. 실제 있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인원을 ‘예비정원’이란 허수로 잡은 후 이를 토대로 상임이사 1명을 낙하산 인사로 특정직에 앉히는 등 조직관리를 제 멋대로 운영해 왔다.
개발공사는 이를 위해 2004년 2월 28일 정관을 개정했다. 개정 정관에 따르면 “예비정원에 대한 기구 및 직급별 정원은 신규사업확정시 도지사의 승인을 얻어 정한다”는 규정을 신설, 특정인을 상임이사로 앉힌 것이다.
이 것만이 아니다. 개발공사는 임시직 27명을 정규직으로 특채전환한 후 또 다시 필요하지도 않은 임시직을 채용하는 방법으로 전체 인력을 부풀려 왔다.
개발공사는 이 과정에서 제주도가 정원승인과정에서 임시직이 정규직 전환으로 자연 감소되는 부분은 인력을 충원하지 말도록 권고했음에도 불구, 이를 무시했다. 제주도의 산하기관인 개발공사가 오히려 제주도의 상전노릇을 해온 것이다.
▲특정인을 위한 문란한 인사
개발공사는 인사규정을 철저히 무시, 사내의 인사질서를 문란시켜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개발공사는 일반직 9명을 특별채용하면서 시험은 6급으로 치른 후 이중 3명은 4급, 2명은 5급으로 하는 등 제 멋대로 승진발령을 냈다. 기능직도 4등급으로 22명을 뽑은 후 이 중 4명에 대해서는 3등급으로 승진발령하는 등 특정 직원들에게만 인사상 특혜를 준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일반직은 1-6계급으로 기능직은 1-4계급으로 구분, 해당급별로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응시시험을 거쳐 합격한자를 해당급에 발령토록 한 공사 정관 및 인사규정을 어긴 것이다.
개발공사는 또 특별채용 전형방법도 일반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있을 수 없는 편법시험을 치렀다.
100점 만점을 기준, 필기시험은 30%에 불과한 반면, 서류전형 40%, 면접시험 30%를 반영토록 했다.
이 때문에 꼭 같은 시험을 본 후 시험성적이 높은 자가 하위직급에, 점수가 낮은 자가 높은 직급에 발령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인사비리가 난무했던 사실도 이번 감사결과 드러났다.
이는 기존 6급 정규직이 있음에도 불구, 임시직을 6급과 동일하게 특채하면서 4-5급으로 발령내 직원간에 갈등까지 초래했다.
이는 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시험의 절차를 거치거나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함께 치른 후 1차로 선발된 인원에 대해 면접시험을 실시하는 게 통상적인 관례도 깨트린 것이다..
▲사장 독단의 자금운용 및 수의계약
개발공사의 자금운용 면에서도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개발공사의 자금여력은 2004년도 월평균 220억원으로 이를 자금 운용계획에 따라 시중은행에 예치해야 하나 개발공사는 서철건 사장의 직권으로 이를 13개 시중은행에 이자율이 낮은 상품으로 예치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마디로 200억원이상의 자금을 단순한 유휴자금으로 판단, 이사회의 의결도 없이 서 사장 임의대로 운용해 온 것이다.
개발공사는 이와 함께 86억원에 달하는 제주밀레니엄관 시설공사를 특정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맡기려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개발공사는 밀레니엄관의 핵심시설인 86억원의 전시관 공사를 한국전시공업조합과 단체 수의계약을 추진하려다 제주도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려 7월 22일 수의계약을 취소하고 제한경쟁입찰로 방침을 바꾼 사실도 나타났다.
제주도는 전시관에 들어가는 조각품은 설계단가를 정함에 있어 업체의 재량이 많은 사업으로 설계자와 시공자간에 사전결탁 위험이 높고, 조합과의 단체 수의계약인 경우 사실상 시공도 조합원 회원사 중에서 특정사가 맡게 됨에도 불구하고 개발공사는 86억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려 했다고 밝혔다.
개발공사는 특히 아직 추진되지 않고 있는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관광전망대 설치, 청정에너지 공급, 여미지 식물원 운영, 실버타운 조성 등 도가 용역중인 사업이나 발전연구원에서 연구하는 사업들을 개발대상 사업으로 삼아 이를 제1사업본부내에 신사업개발팀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결정도 나지 않은 사업을 단지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허수의 예비정원을 만들고 이를 추진하려는 것은 한마디로 전임지사 당시 복마전을 다져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문책인사 불가피
제주도는 지금까지 개발공사에 밀레니엄관 공사 등 7건의 사업을 위탁하면서 수수료로 27억원을 지급해 왔다로 밝혔다.
도 감사관실은 그러나 앞으로는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기술직 공무원을 확보하고 있는 도 본청 관련부서에서 공사발주 및 감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감사결과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필요한 절차를 거쳐 조속히 시정토록 하고 관련자는 경중에 따라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감사결과에 따른 제주개발공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특히 사표를 반려한 서철건 사장을 비롯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상임이사에 앉혀진 특정인과 이사진에 대한 문책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이번 감사결과에서도 나왔지만 왜 개발공사에다 밀레니엄관 시설사업 등 도 본청 관련부서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을 맡겼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앞으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기업은 공기업대로의 순수 기능만 하도록 하고 더 이상의 방만한 운영이 되서는 안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