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술 밥에 배부를 수 없다"
[사설] "한 술 밥에 배부를 수 없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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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제도개선 안에 대한 우리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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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제주특별자치도 2단계 제도개선 안에 대한 후속조치에 들어갔다. 정부와의 양해각서 체결 때 설정했던 세부성과 지표 62건과 37개 실천과제, 특별법에서 권한 이양된 부분에 대한 자치법규 정비 내용 등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특별자치도 추진의 성과와 향후 과제 등을 다룬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관 관계자나 전문가 그룹이 함께 하는 ‘특별법 성과 운영 연구팀’을 가동키로 했다. 여기에서 2단계 제도개선 안에 담겨있는 성과를 분석하고 제주에 이양된 권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대책 마련, 제주형 시책 등을 발굴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제주도가 마련해 요청한 1~2단계 제도개선 안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도민들은 실망하고 불만을 보내왔다. 제주도 정책 입안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밤잠 설치며 연구한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에 필수적인 제도개선 안을 중앙부처에서 번번이 제동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민들은 “정부가 특별한 자치도를 만들어 주겠다며 기초단체까지 포기토록 해놓고 이제 와서 제주도를 홀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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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부의 태도에 대한 도민들의 불만은 애꿎은 도정에 전이되기 일쑤였다. “도정이 잘못했기 때문에 정부가 제주도를 우습게 여기는 것이 아니냐”는 분풀이나 다름없었다. 그 동안 중앙 부처를 찾아다니며 읍소 반, 애원 반 등 대 중앙절충을 벌여왔던 도정 관계자들은 그래서 ‘억울하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그만큼 특별자치도에 대한 도민적 기대가 컸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도민들은 당장 눈앞의 가시적 성과를 기대했다가 정부의 태도에 실망한 것이고 도 정책 담당자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도민들의 기대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나온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도민일각에서는 중앙정부와 도민의 기대치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는 도 당국의 입장에 동정을 보내기도 한다. ‘뼈 빠지게 일만 해놓고 실컷 욕만 먹는 꼴’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도 당국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대 중앙 절충이나 제도개선 성과 등에 대한 도민홍보를 소홀히 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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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단계 제도개선안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 제도개선 안 반영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유의미한 성과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제도개선 안이 100% 반영 안 된 것 만 가지고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이를 실패로 몰아세울 수만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대가 있는 대 중앙 절충에서 100% 다 차지하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제도 개선 안도 마찬가지다. 2단계 개선 안 반영을 보면 영어학교 항공자유화 부문 등 일정부분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420건 제도개선 요구 사항 중 64%가 넘는 270여건이 반영됐다는 것은 실패라기보다는 소득이라 할만하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법이 보장하는 제도 개선은 한꺼번에 얻어내기가 그만큼 버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은 조급증에서 벗어나 도민 역량 결집을 통해 하나씩 차근차근 짜 올리는 슬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특별자치도정 지원과 협력은 도민 몫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도민에 대한 추진상황 보고는 도 당국이 지켜야 할 필수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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