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춘 식 시조시인
우리 회사 오늘 날씨는 사방팔방이 폭풍경보다 // 사장님실은 먹구름 깔리고 불쾌지수는 90℃ / 전무님실엔 회오리 바람 결재판이 날아다니고 / 상무님 책상엔 문서들이 저기압 눌러 할딱할딱 / 부장님 얼굴은 우거지상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 과장님 좁은 이마팍에는 내 천자만 꼬불꼬불 .
// 저기압 깔린 사무실엔 천둥 번개 언제 칠지 / 졸들은 사팔뜨기로 이 눈치 저 눈치 슬슬 살피기 /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문밖 출입만 들락날락 / 질근질근 꽁초만 씹으며 달무리 허공에 띄우는데 / 간 떨어지는 전화벨 소리 오즘 찔금 식은땀 줄줄 // 졸들은 등 터지는 새우, 높은 양반들 악다구리에.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속에 어느 회사나 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기예보다. 아무리 성인군자라고 해도 가마솥은 걸어 놓은 듯한 불볕더위에 헉헉 거리면서 별도리 없이 이마에 내천자를 그리고 우거지상을 할 수 밖에 없다. 직장만이 아니다. 열대야로 잠못이루는 가정에서도 가장이 헌 발동기처럼 성질을 부리면 온 가족이 얼어붙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의사소통은 단절되고 그저 속으로 울화통만 부글부글 끊어 오르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 사회도 용광로처럼 타오르고 있다. 경제는 엉망진창이고, 정치판은 연일 정체성 싸움질이고, 신행정수도 이전으로 국론은 분열되고, 청년실업을 해소할 출구는 보이지 않고, 이리 돌아보고 저리 돌아보아도 신경질만 난무하는 판이다.
정말 가정이고, 직장이고, 사회고 간에 빙글빙글 잘 돌아가는 윤활유와 보약이 필요하다. 삼계탕과 보신탕, 장어구이 등 몸에 좋다는 음식만 먹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배꼽이 빠지도록 웃는 일 밖에 뾰족한 처방이 없다. 웃음은 보약이고 행복이다. 하하하, 허허허, 호호호, 희희락락, 너털웃음, 억지웃음, 미소와 폭소, 여웃웃음, 아무 웃음이라도 좋을 것이다. 웃음의 인생학이 생활속에 스며 들어야 한다.
웃음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유일하게 내려진 신의 축복이다. 웃음에 대한 명언이나 속담, 고사성어가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웃는 문으로 만복이 돌아온다’, ‘한번 웃으면 젊어진다’, ‘웃는 사람은 산다’는 외국속담도 전해오고 있다.
웃음은 분위기를 좌우한다. 서로 웃으면서 대하면 한결 부드러운 사이가 되고, 웃음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웃음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주고, 인상 좋은 웃음에는 상대방을 당기는 힘이 있다. 요즘에는 웃음의 건강학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진정시키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배가 아플 때까지, 눈물이 나올 때까지, 숨이 멈출 때까지, 크게 웃고 난 뒤에는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후련해진다. 재미있는 코메디를 보면서 울화통을 터트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처럼 웃음이 생활의 활력소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잘 웃는 사람들에게 경박스럽다는 딱지를 곧잘 붙여 버린다. 매사 엄숙주의를 고수한다. 그러니까 웃음의 강도나 양이 외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도 미소 짓기는커녕 어색하기만 한다.
직장에 출퇴근 할 때도 그저 묵묵이다. 짜증나는 일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지만 이를 풀어내는 것 웃음뿐인걸. 많이 웃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스스로의 몫이다. 짜증나는 무더위를 한바탕 웃음으로 날려 버리자. 상쾌 통쾌 유쾌하게 한바탕 웃음으로 살아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