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마저 들어올 생각을 안 하는 동네가 어디 사람 사는 동네 입니까"
6일 낮 북제주군 함덕리 세장동에서 만난 이 마을 주민 김석중(37)씨는 기자를 만나자 마자 대뜸 분통을 터트렸다.
"도로 포장 상태를 한번 보세요. 여기 저기 패이고 깨져 차들이 한번 지나가면 먼지가 말도 못할 정돕니다"
속칭 '사장동' 이라 불리는 이 마을은 20여가구의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하기에는 도로상태가 형편없었다.
아스팔트포장은 커녕 그나마 몇 군데 있는 콘크리트 도로마저 곳곳이 파손돼 큰 구멍이 패여 있었다. 또 주민들이 깔아 놓은 길가의 자갈 역시 여기 저기 흩어져 있어 흡사 공사판을 연상케 했다.
특히 인근 공사장을 들락거리는 차량들이 도로를 지나갈 때는 눈앞을 가리는 뿌연 먼지가 발생해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채숙자(46)씨는 "여름이라 어쩔 수 없이 창문을 열어놓고 살고 있지만 먼지 때문에 하루에도 두어번씩 청소를 해야한다" 면서 "물을 뿌려도 그 때 뿐이라 이제는 포기했다" 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욱이 이곳은 '우수관' 조차 시설돼 있지 않아 적은 비로도 금세 도로가 물바다로 변해 주민들이 통행에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현춘자(37)씨는 "이번 여름은 마른 장마라서 별 피해가 없었지만 지난 1999년에는 고무보트를 타고 이동해야 할 정도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다" 며 "제주도에서 이런 동네는 아마 우리동네 밖에 없을 겁니다" 고 허탈한 마음을 드러냈다.
주민들 스스로도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고자 반상회를 통해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북군등은 확장포장을 계획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오히려 화를 돋구고 있다.
특히 세장동에서 불과 100여m 근처에 있는 함덕리 750번지는 현재 밭(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대라고는 1가구 밖에 없는데도 길이가 250여m에 이르는 도로가 약 한달 전에 포장돼 세장동 주민들은 "사업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책정됐느냐" 며 분노하고 있다.
한편 북군 관계자는 "군에서 발주하는 모든 공사는 우선 순위대로 예산이 책정되고 시공된다" 면서 "주민들의 요구가 워낙 거세 이번 주 안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해 주민들의 불편이 해소될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하겠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