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사무관 죽음과 공직 스트레스
[사설] 김사무관 죽음과 공직 스트레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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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하고 게으른 공무원에 대한 ‘삼진아웃 제’, 업무성과 부진 부서에 대한 ‘더블 페널티 제’ 등 공무원 조직에 고강도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15일 밤에 야근하던 도청 김모 사무관의 난간 추락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도 당국은 이 사건이 인사혁신안 등 공무원 구조조정 예고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공무원 사회에서는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김모 사무관이 숨지기 전에 쓴 것으로 보이는 ‘여섯 식구를 거느린 어느 가장의 슬픈 이야기’라는 글에서 시군 통폐합 이후의 업무과중과 민원 증가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청 안팎에서는 김사무관의 죽음에 대해 “최근 일련의 인사혁신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해도 지난해 7월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이후 지금까지 공무원들이 얼마나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예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일고 있다. 최근의 인사혁신안도 간접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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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기초단체가 폐지된 후 현행 단일 광역단체 체제하의 근무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4개 기초단체 체제보다 강도 높은 근무환경에 공무원들의 스트레스 역시 무거워지는 와중에 ‘철밥통을 깬다’는 식의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고되면서 이를 감당하기가 버거웠을 것”이라는 김사무관에 대한 동정론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겠다. 사실 극히 일부 나태하고 무능력 무소신 무사안일 공무원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터다. 오죽해야 공무원 조직을 한번 공직에 발을 들여놓으면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까지 받는 ‘철밥통’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겠는가. 그래서 최근 무능하고 게으른 공무원이나 공무원 조직에 대한 퇴출을 내용으로 한 인사혁신 안에 대한 일반국민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놀고먹는 공무원’이 아니라 ‘일 잘하고 열심히 봉사하는 공무원’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이 변해야 사회가 변한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의 이야기다. ‘관료적’이라는 공무원 조직에 대한 냉소도 변하지 않는 공무원조직에 대한 국민적 변화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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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뜻에서 우리도 최근 자치단체별로 진행되는 공무원조직 혁신 방안에 대해서는 두손들고 환영하는 쪽이다. 그것이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조직에 대한 불신을 제거하고 국민에 봉사하는 공무원 상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는 이같은 ‘철밥통’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철밥통 깨기’의 수단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싶은 것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다수의 능력 있고 선량한 공무원들이 인사평가를 주도하는 부서장이나 관리자의 입맛에 따라 평가되고, 그래서 사망한 김사무관처럼 공직사회 전체에 스트레스를 준다면 이는 개인이나 조직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추진하는 인사 혁신은 그 평가 잣대가 몇몇의 전횡에 의해 휘둘리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벌써부터 ‘공무원 사병화’ ‘조직 위화감 조성’ ‘소수 특권화’ ‘인사권자에 대한 줄서기’ 등 인사혁신 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노출되고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인사혁신 안이 공무원 조직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일하는 공무원, 고효율의 공조직 운영 등에 활력을 주는 제도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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