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시집와 겪는 고통 '겹겹'
외로움, 언어장벽, 문화ㆍ관습 달라
농협, 전국 첫 고향방문 추진 '관심'
제주의 농촌총각에 시집 온 외국여성 농업인.
이들이 제주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말 못하는 고통은 시집 온 배경에 깔려 있다. 바로 ‘돈’이다. 일부 사랑을 전제로 시집 온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제주농촌총각과 결혼, 어쩔 수없이 타국땅에서 시집생활을 하고 있다.
흔히 길가에 현수막으로 나붙여진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 주선’도 여기에 다름 아니다. 우리 농촌의 실상, 아픈 치부를 홍보하고 있는 셈이다. 돈 주고 자신의 배필을 사는 격이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사무소에 따르면 올들어 2월말 현재 제주인과 결혼해 정착한 이민자는 총 763명. 이 가운데 여성이 693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한국계 여성 217명을 비롯 한족 166명, 베트남 163명, 일본 79명, 필리핀 59명, 우즈베키스탄 등 기타 79명이다.
이들 외국여성들이 제주농촌총각한테 시집온 후 겪는 가장 큰 고통은 ‘돈에 팔려왔다는 자괴감에 이어 고향 부모에게 돈을 붙여야 한다’는 이중고에 있다.
여기에다 언어장벽,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더해져 탈출을 꿈꾸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던 한 농촌남성은 “많은 돈을 들여 베트남 여성을 부인으로 맞이했지만 한달도 안돼 도망가는 바람에 적잖은 실망과 고통을 느꼈다"면서 ”주변에 나 같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데 놀랐다“고 토로했다.
이 남성은 부인으로 맞이한 베트남 여성의 깊은 내면의 고통에 대한 몰이해와 언어장벽으로 잦은 다툼을 벌였고 심지어 폭력까지 있었다고 털어놨다. 외국여성에 대한 주변의 불편한 시각도 한 몫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고치기 위해 지자체와 농협 등 각 기관이 발벗고 나섰다.
제주도는 ‘결혼 이민자 가족지원센터’를 민간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제주시는 외국여성농업인을 위해 ‘사이버카페’를 5월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또 법무무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국가별 대표들로 구성된 국내정착지원 네트워크를 구성,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 밖에 카톨릭과 도내 사회복지회관에서도 외국인 이주여성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애로사항 상담 등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농협제주본부는 이달 중순 고향주부모임 정기총회 때 ‘친정어머니 인연맺기 결연식’을 추진키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제주농협이 전국농협가운데 처음으로 2~3년된 제주정착 외국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고향방문‘을 추진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농협제주본부 조합지원팀 고혜영차장은 “외국여성농업인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에 정착,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외국여성농업인을 상담원으로 지정, 초기 제주이민생활의 어려움과 고통을 해결할 수 있도록 국가별로 지정해 나갈 방침”이라며 “실제 이곳에서의 어려움은 어려움을 당해본 외국여성들이 더 잘 알기 때문에 이를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결혼이민자의 경우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 △언어차이에서 오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현지생활에 대한 정보부족 △경제적 빈곤(자국의 가난/여성의 빈곤화→이주의 여성화) △자녀교육 등의 문제가 가장 큰 애로사항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