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원 사람ㆍ금촌 사람
[기고] 남원 사람ㆍ금촌 사람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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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의 남원읍과 JSA(공동경비구역)의 경기도 파주시가 만났다. 남원읍과 파주시 금촌 1동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서로 자매결연을 맺은 것이다.

결연을 기획할 때부터 협정서를 교환하기까지 위원들의 의식에 자리하는 부담감은, 무엇보다 두 지역간에 놓여있는 까마득한 거리였다. 나아가 전국에 주민자치위원회가 많고 많은데 하필 최북단의 파주이며, 과연 앞으로 그 원거리를 극복하고 자매의 정을 지속할 수 있을까하는 노파심이, 앙금처럼 심저에 고여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우였다. 최남단 남원읍사무소에서 최북단 파주시까지 지역적 간극은, 하늘길과 고속화도로에 의해 믿기지 않을 만큼 금세 메워졌다. 김포 공항에서 버스로 한 시간 남짓 달린 ‘자유로’ 건너편에서, 파주시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은 것이다.

‘G&G파주’를 지향하는 3월의 파주는, 남북의 긴장이 상존하고 있는 전방 군사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해빙기의 강물처럼 평화롭고 활기찼다.

비록 남쪽으로부터의 화신(花信)은 도착하지 않았지만, 봄의 도래를 예감할 수 있는 징후들은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조선의 명재상 방촌 황 희의 유적지에선 진달래와 개나리 줄기가 봄기운에 꿈틀거리고 있었으며, ‘대성리’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북녁땅 ‘기정리’에서 안개처럼 번져오는 봄기운에 시야가 흐릿해졌다.
뿐만 아니라 ‘영어마을’과 예술인들의 마을인 ‘헤이리’에도 봄마중을 나온 나들이객들이, 파주의 알싸한 공기를 마시며 희망의 봄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던 것은 금촌 1동 사람들이 연출한 풍경들이었다.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1박 2일 동안 남쪽의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아준 소박한 인심이었으며, 함께 주민자치 역량을 키워 삶의 질을 높여가자는 마을지도자들의 애향심이었다.

그 인심과 애향의 단성(丹誠)들이 앞으로 지정학상 통일한국의 허브로 자리하게 될 파주의 성장동력이며, 진정한 주민자치를 키우는 비옥한 토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대와 함께 형제자매로서 마음껏 축하해 주고 싶었다.

상호이해와 신뢰의 바탕 위에서 양 지역의 공동발전과 번영을 도모한다는 취지의 협정서를 교환하고 훗날을 기약하며 돌아오는 자유로는 어제와 다른 새로운 희망으로 활짝 열려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오가며 두 지역 사람들이 형제자매로서의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파주 명물 장단콩과 남원의 명품 감귤로 대표되는 물적 교류를 통해 서로의 경제적 이익과 ‘참살이’를 증진시켜줄 것이라는 확신으로 시나브로 가슴이 더워 왔다.

이제 파주시 금촌 1동 주민들은 ‘3인칭의 바다’ 를 건너, ‘2인칭으로 함께 하는 이웃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인심좋은 남원읍민들과 자매로서의 정을 나누며 아름다운 삶을 함께 가꾸어가게 될 것이다.

고  권   일 (남원읍 주민자치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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