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정부가 들어서고 ‘개혁’이란 미명하에 ‘자율,자율’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안 여기고 우습게 여기는 풍토가 생겨났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듣는 게 욕이요 툭하면 동영상을 찍어서 상부에 고발하겠다고 학교에 찾아가 협박하고 자기자식이 보는 앞에서 힘없는 선생님을 코너에 몰아세우고 치고 박기 일쑤다.
말이 좋아 학교지 국가 공교육이 동네 학원만도 못한 동네북으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중등학교 졸업식 광경을 TV에서 보았다. 정말 가관이었다.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밀가루를 뿌리고 달걀을 던지고 까나리액젓까지 뿌리는 가하면 서로 넘어뜨려 교복을 갈갈이 찢고 짐승처럼 땅바닥에 질질 끌고 당기며 괴성까지 지르는 끔찍한 졸업식장 광경이 TV에 방영 되었다. 어찌하여 오늘날 교육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단 말인가!
정말 큰일이다. 교육종말이다. 교육종말이면 국가종말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저 무분별하고 버릇없이 막된 저 아이들을 누가 저렇게 만들어 놓았는가?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입학식 날은 선생님을 찾아뵙고 “오직 선생님만 믿고 우리 아이를 맡기니 잘못이 있으면 선생님이 알아서 사람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하고 부탁에 부탁을 하였다.
그리고 배우는 과정에서 심하게 매를 맞고 오는 날이 있어도 우리 아이가 잘못해서 사람되라고 그랬거니 하고 아무리 속이 아파도 학부모들은 자식편이 아니라 언제나 선생님 편이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졸업시즌이 돌아와 가면 선생님과 헤어질 생각을 하며 아쉽고 섭섭하여 밤잠을 설쳤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 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들은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
그 때 그 아이들은 졸업식 날 졸업식 노래대로 꽃다발 한 아름을 대표후배가 졸업생 대표 선배에게 선사했다. 졸업생이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목 맨 소리로 2절을 부르며 코를 훌쩍였다. 그러면 선생님도 학부모도 눈물바다가 되었다. 그 때 졸업식은 그렇게 정겹고 애틋하였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리고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솟는다. 그렇게 졸업한 그 때 그 아이들은 졸업식 노래처럼 새나라 새 일꾼이 되어 국가와 사회 각 단체에서 열심히 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예전 그 때의 졸업식 광경이 오늘의 졸업식 광경과 상반된 것이 오늘날 교육의 현실이다 .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우리교육은 한 20년쯤 경직되었다고들 한다. 백년 대계를 위해서 개혁한다고 했다.
백년은 고사하고 일년의 앞도 못 내다본 참여 정부의 교육정책.
정말 당신네들을 원망하고 싶다. 그리고 묻고 싶다.
당신네들은 대체 어느 나라사람들이며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냐고?
그 나라 청소년들을 보면 그 나라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것은 국민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지금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국민, 선생님과 학부모는 깊이 반성하고 교육부터 제자리로 하루 속히 돌려 놓아야한다.
졸업식 노랫말처럼 앞에서 끌어 줄 선배들은 모두 어디에 가있으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 들은 지금 어디가서 찾을 것인가?
고 길 지 (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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