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
[세평시평]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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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아직까지는 가장 높은 국민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거대 야당 대선 주자의 발언이었다.

산업화 비판세력에 대해서는 ‘70, 80년대 빈둥빈둥 놀던 사람들’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이같은 발언이 지탄을 받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경제 없는 정치가 어디 있나?”라는 반어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인터넷매체 관계자들과 회견 도중에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하여 요즘은 경제가 정치다. 21세기에 경제 없는 정치가 어디 있나?”라 되물었다고 한다. 시대상황을 잘 모르는 언급이 아닐 수 없다.

경제란 무엇인가. 경세제민(經世濟民,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한다)의 뜻을 새길 일이다. 경제는 정치와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 같은 게 아닌가. 백성들은 경제의 성과로서 정치 지도자와 정치 품질을 평가한다.

경제든 정치든 백성에 방점이 붙는 것이다. 고래의 진리이다. 경제는 원시시대에나 고대국가는 물론 현대국가 정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미래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국가 안위와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토양이요 힘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에나 필요한 게 경제라면 이명박이 모델로 삼고 있는 60, 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에는 경제가 없었다고 여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오늘날 박정희 대통령이 추종 세력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는 긍정적 이미지는 결단의 카리스마와 ‘잘살아 보세’ ‘새마을운동’ 등 산업화요 경제발전이다. 당시에도 경제는 대화두였다. 박정희를 모방하고 그 리더십을 따르려는 이명박은 박정희를 잘 모르고 있거나 경제에 대하여 문외한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21세기에 경제 없는 정치 어디 있나 운운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어느 정부에서건 경제회생과 발전은 늘 명제가 되어 왔다.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했던 사건의 내막이 이제야 들춰지고 있다. 부정선거의 진실을 폭로한 비서관을 해외로 도피시켰던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거짓으로 진술한 해외 도피자의 편지를 흔들면서 “내 잘못은 없다.”고 항변하던 모습을 일부 국민들은 기억한다. 물론 잘 모르는 국민들도 많다. 덮어둘 일이 아니라 “나는 이러저러한 잘못을 저질렀었습니다.”라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까닭이다. 덮어두는 게 상수라 여기고 ‘소이부답’할 일이 아니다.

2002년 대선을 흔든 병풍을 일으켰던 김대업은 이명박의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부동산 의혹과 함께 다시 한 차례 몰아칠 회오리바람이 예견되고 있다.

시기가 문제이지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기 마련이다. 도덕적이지 못한 자는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끝까지 숨기려 할 것이고 끝내 망하는 길로 가고 말 것이다.

국민들을 기만하면서 잘되기를 바란다면 그같은 몰염치도 없을 터. 국민들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정치지도자가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으로서 도덕성을 꼽고 있다. 국민들에게 도덕적 신뢰를 얻는 자가 대망을 이루지 않을까.

대통령이라는 권좌는 그 영예를 누리기 이전에 노블레스 오블리주(고귀한 신분에는 그에 맞춤한 의무가 따른다)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마땅하다. 로마왕조 초기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주었던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 의무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이다.

다시 한 번 확인하건대, 돈 없는 사람도 정치할 수 있는 시대가 바른 사회가 아니런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먼저 이뤄내면 어떨까. 돈으로만 정치하려는 사람들, 지구를 떠나야 옳지 않은가.

안   창   흡 (언론개혁제주포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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